▲과연 「달려온 여름」인가. 7월에 접어들고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있다. 날씨가 흐렸다 개었다 하면서도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는 날이 많아졌다. 더욱이 7일은 소서(小署) 13일은 초복(初伏) 23일은 중복(中伏)이자 대서(大署)다. 이렇게 찌는듯이 심한 더위를 염천(炎天) 삼복증염(三伏蒸炎) 또는 「복(伏)더위」라고들 표현한다. ▲재미있는 것은 엎드릴 복(伏)자가 사람人과 개犬으로 구성된 점이다. 이 글자를 보면 여름의 무더위와 인간과 개 사이에 무슨 운명적인 관계가 있는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폭염(暴炎)이 기승을 더할때면 보신탕집이 한결 돋보인다. 손님들이 줄을이어 뜨거운 보신탕으로 이열치열(以熱治熱)하는 모습을 흔히 볼수 있다. ▲목축(牧畜)을 크게 일으키지 못하고 또 가난했던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개고기를 좋아한듯 하다. 1801년에 작성된 황사영(黃嗣永)백서(書)에는 부활절 개고기 잔치가 잘 묘사되어 있다. 『이(李)말징중배(中培)는…경신년 부활절에 개를 삶고 술을 걸러서 한마을 교우들과 산중 길가에 않아 큰소리로 희락경(喜樂經)을 외우면서 바가지와 술통을 치며 장단을 마추고 노래가 끝나면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 마시고 나서는 또 노래 부르기를 하루종일 계속했다…』 ▲그 후 1878년 3월 당시 「빠리」외방전교회 소속으로 입국하여 전교활동을 하던 김로벨또 신부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조선 사람들은 개고기를 꿩의 고기보다 더 좋아하여 경사날에 개고기가 한 접시도 없으면 매우 서운하게 여깁니다』 『교우들이 40일 봉재를 앞두고 큰 개 두 마리를 사다가 개고기를 두사발이나 내 앞에 갖다 놓았습니다. 나는 냄새에 비위가 동하고 속이 메스꺼워…』 ▲이러한 문헌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인은 개고기를 즐겨먹지만 외국인은 정반대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을 멸시하기까지 하는 모양이다. 특히 교회의 토착화에 관심이 지대했던 야인(也人) 김익진 선생은 바로 이점에 착안 익살스런 아이디어를 내놓은 바 있다. 입국을 원하는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할 필요없이 김포공항에다 개장국을 끓여놓고 한그릇씩먹는 사람만 입국시키자는 것이었다.
야인선생은 부활절 음식으로 개장국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진지하게 제시한 바도있다. ▲한편 신자들 특히 성직자들이 보신탕을 좋아하는 경향은 보신이상의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가 상징하는 갖가지 죄악과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개를 잡아먹는다는 「명분」(?)을 말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뭏든 무더운 여름이오면 이래저래 불안한 견공(犬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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