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하는 기회를 다시 얻게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아니며 물질적으로 항상 무엇인가를 쪼들리고 쫓기고 사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생활인 것 같다。그러다 보니 그것이 습성화하고 제2의 천성처럼 되어버려 무엇인가 그런 것이 없으면 도리어 허전하고 마치 바닷가에서 갑자기 파도소리가 멈춘 것 같은 허공감 마저 들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매스콤들은 한결같이「레저」라는 것을 요란스럽게 들추고 있다。한가라거나 또는 여가라고 해도 좋을 것을 구태여「레저」라는 외국어를 쓰는 것은 아마 이것이 전세계적인 풍조이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이른바 선진국에서는 물론이요 우리나라에서는 차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등산 낚시 여행이 이러한 것이다. 도시생활의 피로를 잠시나마 떠나서 신선한 자연과 접해보자는 것이 그 매력이겠다。
그러므로 도시인들은 잠시의 여가나 휴일을 만나기가 무섭게 무슨 진공 속으로 휘말려 가듯이 산으로 물로 흩어져 간다。갑자기 도시를 야외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생길지경이다。이렇게 해서 휴일업자들에게는 영리하는 날이 되었다。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이중삼중으로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지만 지금 그러한 것을 모두 얘기하는 것이 본의가 아니기에 결론만 말하자면 현대인은 문명의 혜택으로 여가를 더 가지게 되었으나 여가의 뜻은 상실되고 상업주의의 새로운 노예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여가 또는 한가를 가진다는 것은 아무데도 매이지 않는 시간을 갖는다는 뜻 즉 자유로운 시간을 가진다는 뜻과 일손을 놓는다는 뜻이 있겠다。다시말해 의식주를 위한 근심과 걱정을 잠시 떠난다는 뜻이 있을 것이다。그러므로 이것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며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따라서 여가는 부유를 뜻하지 않고 시간적 공백을 뜻하지 않을 것이다。고대 희랍인들은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한가해야 한다고 했다。그렇다면 철학 즉 학문을 연구한다는 것은 한가의 계속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이고 한가로운 시간은 공허한 시간도 대만의 시간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희랍어로 한가를 SCHOLE라고 하였으며 이것이 영어의 학교란 말 SCHOOL의 어원이라고한다。
학교는 한가로운 곳이라는 뜻이며 한가로운 것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과 동의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학문의 자유도 이것과 관련을 가지는 개념이다。여기서 돌연히 한가니 여가니하는 것은 종교적인 것과 대면하게 된다。
한가는 물질적인 것을 초월해서 정신적인 것에로, 자연을 넘어서 초자연에로 향하는 시간이 되고 말았으나 구약시대의 안식일 신약의 주일은 이러한 여가의 참뜻이었다。
천주를 떠나서는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쉬고 즐기고 안식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산야를 찾는 대중들은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소비에 지칠뿐 결코 한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천주의 어린양이 희생되지 않은 축제는 피로만 가져오는 축제이다。
주일날 미사성제에 참례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가장 참된 한가에 도달하는 방법이다。그리고 그것은 가장 인간적인 시간이다。이처럼 참된 한가를 이해못한다는 것은 신앙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명의 뜻을 상실하는 것이고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행이 우리들 사이에 없다고 할 수 없게되었다。이 불행은 놀라울만큼 확대되었고 광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한마디로 우리들은 주일에도 한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복음에서 멀어지고있다。우리는 주일을 상실하고 있다는 무서운 사태를 비져내 아마 요즘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주일의 개념이 많이 변질되어 있을 것이다。우리는 정신적으로 무서운 공해 속에 살고있다。『온 세상을 다 차지한들 만일에 주일을 상실한다면 네게 무슨 이득이 있으리요?』하는 말을 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