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부터 3일동안 내린 봄비는 갈증으로 갈라졌던 농토와 기다림의 초조감으로 탔던 농민의 마음을 흡족케 하였다。
그러나 농민의 생활고는 어떻게 또 무엇으로 해결해야 할지...4월 한달동안 우리는 시아(視眼)을 농촌사목으로 돌려보았다。농촌에는 너무나 여러가지 문제가많다 이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인지! 어떻든 우리가 느끼는 것은 교회가 농촌에 대해서 너무도 무지하고 무관심 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사조(思潮)는 도시중심주의이다。경제ㆍ문화ㆍ사회발전은 도시를 위해서만 있는 느낌이고 도시와 농촌간의 수입격차는 너무도 심하다。물론 국가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농촌에 대해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나라 사회에서 농촌은 확실히 소외될 것 같다。이와 같은 사회풍조가 교회에까지 스며들었다。농촌본당은 수입이 적은 곳이기 때문에 몇몇 특지가 성직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농촌본당에 임명하는 것을 좌천된 것으로 안다. 그러니 사목을 시작하기전부터 사목할 의욕을 상실하게되고 따라서 별다른결과를 기대할수도없는것이다。이에 교회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조를 분석하는데 앞장서야할줄 믿는다。그러기 위해서는 농촌사목의 중요성만을 강조할것이아니라 농촌사목 의조건을 도시와 군중화하는데도 주력해야 할것이다。이사회의 최대악(最大惡)은 불균등인데 이 악을 퇴치키 위해 교회는 어떤 난관이라도 극복하여 적어도 교회내에서 만이라도 균등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이것이 교회가 해야 할 사회참여이고 또 크리스찬정신의 증거일 것이다。우리나라의 가난한 자는 틀림없이 농민들이고 또 버림받은 자도 바로 그들이다。우리의 애덕이 잠자지 않는 한 농민들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교회를 이루는 주교와 신부와 평신자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몇가지 사항을 나열해 본다。
첫째 주교들에게 드리는 요구사항은 먼저 농촌사목문제의 긴급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지금까지 많은 주교회의가 있었지만 농촌문제를 취급한 일은 한번도 없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농촌사목에 대한 연구위원회도 한국주교단내에 없는 것으로 알고있다。하루빨리 이 결함에 시정이 있어야겠고(한국의 농촌인구는 전체인구의 60%이다)또 농민들의 생활을 참작한 새로운 사목지침이 발표되어야 할 줄 믿는다。물론 개별적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신한 사제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험과 농촌에대한 지식의 부족으로 많은 실패를 보았다는 것도 비밀적 사실이다。이제는 개별적인 것을 지양하고 전체적으로 이 문제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성직자들은 농촌에서 가장 필요로하는 진실한 지도자의 역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물론 그들의 첫째의무는 교회를 건설하는 사업니다。그러나 교회는「살아있는 돌」즉 인간으로 건설되는 것이니 만큼 농민들에게 인간적 생활을 영원하게 해주는 것도 교회건설의 일역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농촌의 진실한 지도자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농민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들의 대변인이 되주는 것이며 농민들을 교육하고 그들이 서로 손과 마음을 합쳐서 협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그래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어떤 전시효과를 노리는 것이다。진실한 지도자는 어디까지나 공을 세우지 못하고 수난을 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농민들이 살 수 있는 길은 고액의 투자도 수입도 아니다。다만 협동뿐이다。올바른 예가 될는지모르지만 농촌의 길은 대개가 포장되지 아니한 험악한 길이다。이 길 위로 많은 버스와 화물차들이 왕래하고 있다。그러나 아무도 이 길을 포장하려 하지 않고 다만 국가에서 포장해 주기만 바라고 있다 버스나 화물차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하고 협동정신을 발한다면 모든 길이 포장될 수 있을 것 같다。이러한 길을 다니느라고 자동차의 생명이 얼마나 단축되는가。제 기계가 아까운 것을 생각해서라도 수입의 일부를 여러 업자들이 합쳐서 모은다면 길을 포장할수 있지 않겠는가?
셋째로 농촌사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쥔 사람들은 농촌에 사는 평신도 들이다。청년들이 이농한다는 것은 벌써 전국적 현상이다。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귀농(歸農)하지 않는다면 누가 농촌을 돌 볼 것인가?내 자신만을 위해서 살지 않고 자손대대를 위해서 번영하는 농촌을 만든다면 이나라는 참으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줄 믿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나라의복음을 전하실 때 가장 많이 이용하신 비용들은 농촌생활에서 뽑은것이고 또 자연과 같이 사는 농민들이 종교적 경험을 가장 많이하게된다。공헌과 경제발전으로 정신적으로 메말라 가는 이 나라에 정신생명을 영위해 줄 사람들은 농민들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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