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와서 교회와 현대민주주의와의 대결이 점차 교회의 내부에서 가열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주의국가와 교회의 관계가 아니라 이제는 교회의 구조개혁 즉 교회의 「민주화」가 표면화된 것 같다.
민주주의는 오늘날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반체제의 요구에는 항상 민주주의원칙에 조금이라도 의심을 걸라치면 「반동」으로 아니면 자유와 인간존엄성의 반대자로 몰리고 만다. 거의 광신적인 감정과 이데올로기의 중압 아래서 이 개념은 역반응을 자극시켜 민주체제는 교회의 본질과 용납할 수 없다는 편견을 낳게까지 한다.
2ㆍ3년 전인가 독일 가톨릭 신도 중앙이사회 정치분과위원회에서 연구발표된 「민주주의의 남용에 대한 테제」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해방과 구원의 통치제는 아니다. 공공체(公共體)의 기능력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정치체제로서 자유로운 시민의 정치권리행사에 있어서의 평등을 전제로 하고있다. 이 평등은 평등화가 아니다. 인간의 사회생활의 영역에서 차이가있는 것은 당연하고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레시아 민주주의는 만인을 귀족화하여 정치와 문화에 참여시키는 것이었지 만인의 공복화(公僕化)나 평민화가 아니었다. (도우슨)개인이나 각 집단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민주주의의 평등을 무차별적으로 추구하는 사회는 쉽게 역전해서 독재체제나 군주전제를 위한 온상이 되고만다. 이렇게 되면 교회는 민주주의의 허울아래서 군주제원리만이 교회의 본질에 맞는 체제라고 하는 과오와 대등하는 잘못을 범하게 될것이다.
그렇다고 민주주의방식을 외면해도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맹목적으로 민주화하거나 천편일률적으로 어디든지 똑같은 추상적형(型)을 덮어씌우지 말고 사태에 따라서 무엇이 유익하고 필요 적절한가를 음미해야 한다. 교회는 그 환경의 생활형태를 취하면서 그 역사를 걸어왔다. 일종파(一宗派)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달리는 있을수 없었다.
교회는 본질상 가시적인 사회적구조체이며 제도적계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근본적인 제규정(諸規定)을 적응받지 않을수 없다. 과거에 형성되었던 형태나 운영방식이 현대인의 사회적현실과 차착(差錯)이 생기고 불운 할 때 그것에 고집한다면 그것은 교회의 자신의 역사를 배반할뿐더러 그 활동마저 저해하는 것이 된다. 교회가 현금(現今)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현대 법치헌정국가의 기본요소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것은 교회가 민주주의적이라야 한다는 이유에서가 아니고 그의 사명을 충분히 수행하자면 이러한 형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개인의 권익옹호를 보장하고 교직의 수행의 합법률성을 규제해줄만한 행정의 법제화와 그 외에 전체에 관련되는 사항의 체결과정의 투명화와 공개, 각 부서의 교직자임명 및 결정 등에의 교회각층대표의 참여, 또 직권분제의 원칙 등의 확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요건이 채워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이런 사항들은 교회가 그 고유의 사명인 천주의 말씀을 선포하고 제의(祭儀)의 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 현대인의 신임을 받고 확신을 주기위한 전제조건이다.
모든 생명체와 사회형태가 그렇듯이 교회는 더구나 모든 지체성원의 태도에서 생명을 연속시킨다.
그 성쇠는 전체에의 봉사에 헌신적으로 행동과 책임을 나누어지고 힘겹고도 시간을 앗아가는 활동을 감행하는 열성에 좌우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이러한 용의를 가능케하는 구조가 아쉽다. 또 그런 기구야 만들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구를 움직여야하는 도량(度量)은 사무적인 조치로서는 출현하지 않는다. 교회는 신앙으로 그 명맥을 이어간다. 신앙이야말로 순례도상(巡禮途上)에 있는 천주의 백성에게 그 지체에 대한 봉사와 공동체를 위한 역사를 치를 힘의 샘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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