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때의 일은 기억에 없다。 보통 학교1ㆍ2학년 때만해도 어머니가 가운데 눕고 한쪽에는 동생 또 한쪽에는 내가 잤다。
어머니는 옛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이 옛이야기를 졸라대면
『밤에 옛말 좋아하믄 가난하단다』
하고 할 수 없이 몇가지의 옛이야기를 하곤했다。
이야기의 가지수가 많지를 않았다。같은 것을 몇번이나 되풀이 하기도했다。그래도 재미있었다。
어머니의 말을 듣지않는 청개구리의 이야기, 곷감이 무서워서 도망친 호랑이 이야기, 집을 지키는 오뉘를 속여 부엌에 들어간 승냥이 이야기, 흥부와 놀부이야기, 콩쥐팥쥐, 장화와 홍련, 심청의 이야기 등을 들었다。
지금도 방에 잠들기 전이나 혹은 조용한 시간에 옛날이 회상될 때면 어쩐일인지 집을 지키는 어린 오뉘를 속여 부엌에 들어간 승냥이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때가 많다。
그 이야기를 할 때의 어머니의 말의 억양이 귀에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제미(어머니)가 없는 동안 오뉘가 집을 보고 있재 이켔니 그때 승냥이란 놈이 바당문(부엌문)을 열어달라구 했당이 그래 오뉘는 뉘기요 하고 물으니깡 승냥이란 놈은 제미다 하구 말했지...』
함경도의 사투리다。독일의 그림동화에있는「빨강모자」와 비슷한 옛이야기다。어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는 무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또 우리 형제를 감격하게도했다。함경선이 개통된지 얼마 안될 때다。특히 함경도에는 호랑이가 많았던지(우리의 전래동화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많지만) 동넷집에가서 듣는 옛이야기나 동네 어른들이 우리집에 놀러와서 하는 옛이야기의 주인공은 단연 호랑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렸을 때 친구 K의 부친은 사냥을 잘다니는 분이였다。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하기를 좋아했다 항상 자랑이 많았다。
『백두산에 들어갔을 때 이야김메, 메칠동안 호랑일 찾아다니다가 산속에 우연히 어떤 명포시(명포수)를 만났지비, 서로 헤져서 나는 아래로 내리가고 그 포시는 산위로 갔당이, 그 얼마 뒤에 난 호랑이를 쫓아 산으로 올라가다가 총을 한방 놨지비, 아, 그랬더니 공중에서 펑하는 소리가 나재임메...』
다른 사냥군과 K의 부친이 쏜 총알이 공중에서 마주쳐서 쨍하고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다。돌아가신 나의 형은 K의 부친 이야기를 90프로는 할인을 해서 들어야한다고 항상 웃으며 말했다。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이러한 여러가지 옛이야기 중에서 가장 감명을 깊게해 준 것은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장화와 홍련 심청 등 인간세계의 갈등과 잔혹함을 주제로 한 것들 이었다.
콩쥐팥쥐나 장화와 홍련에 있어서 전처의 딸을 미워하고 여러가지로 악형을 가하는 계모에 대한 증오감에 어린 나는 불탔으며, 그러한 계모의 학대에도 불구하고 순종하는 길밖에 모르는 콩쥐나 장화나, 심청에 대한 동정은 어찌나 컸던지...
안타까움과 슬픔에 가슴 아팠고 눈물이 났다。이야기를 들으면서 결말이 불행하지 않기를 바랐다。
심청에 있어서의 심청의 지극한 효성도 눈물겨웠고, 또 임당수에서의 소생이나 왕비가 되어 맹인잔치를 차리고 그 자리에서 부친을 만나고 또거기서 부친이 광명을 찾는 이야기는 나 자신의 일처럼 가슴이 벅차고 기쁘기만했다。우리의 전래동화만 아니라 모든 세계의 그것은 보은을 주제로 한 것, 악에 대한 응징, 선의승리를 확신케하는 내용이 거의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콩쥐팥쥐나 장화와홍련에 나오는 계모에 대한 증오감, 콩쥐와 장화와 심청에 대한 동정 또는 행복을 기원하는 그러한 어릴 때의 마음은 내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동안 나의 인격형성에도 적지않은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그리고 그러한 옛이야기들은 내 고향의 자연과 더불어 나의 가슴에 언제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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