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한 햇볕 아래 만물이 새로운 생명으로 움트는 신록의 5월은 마치 포근한 어머니의 품 마냥 한없이 향그럽고 믿음직스럽기만 하다。새로운 생명에로의 부풀은 약동과 모성애에 대한 달콤한 신뢰를 표징하는 5월을「전 인류의 어머니의 달」로 제정한 교회의 의도가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감안한 데서 온 것이 아닐까! 교회는 성모를 하느님의 어머니 구세주의 모친으로서 인정하고 존경한다。성 아우구스띠노가 말한 대로 성모는 실제로 육체적으로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기 전에 이미 신앙과 자유 의지로써 정신적으로도 하느님의 아들을 잉태하신 것이다。 성모는 이러한 숭고한 품위로의 소명 때문에 그리스도의 구속 공로를 미리 입으사 원죄 없이 잉태되시고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 육체는 썩지 않고 하느님의 특별한 은혜로 몸소 승천하신 것이다。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제자 요한에게 그 모친을 당부하셨다。
성모 마리아께서 십자가 아래서 계셨다는 것은 구세주의 모친으로서의 마리아의 생애의 가장 중요한「서기」였다。
「가나」의 혼인잔치 때 예수님은 성모님께『아직 나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하셨지만 십자가 위에서 그리스도의「시기」가 온 것이며 그것은 동시에 마리아의「시기」이기도 하였다。
성모님의 십자가 밑에 서 계셨다는 사실은 희생으로써 자신을 봉헌하는 그리스도의 뜻에 어머니로서의 마리아 자신의 전의지를 송두리째 일치시켰다는 진리를 증명해 준다。교회헌장 제8장에『거룩한 동정녀의 신앙의 여로를 더듬어 아드님과의 일치를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보존하셨다。마리아는 아드님과 함께 깊이 슬퍼하고 아드님의 희생에다 모친의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결합하고 자신으로부터 태어난 희생의 봉헌에 마음을 다하여 동의하셨다』라고 하였다。(교회헌장 제8장 58조)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성모를 구속의 협조자 또는「공속자」라고 부른다。그러나 쉬넨스 추기경이 말한 대로 마리아의 공적은 그리스도의 공적에 의해서만 효력을 지니며 그리스도의 공적 없이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공동의 아버지를 모시고 한 형제처럼 단란하게 지내던 크리스찬들이 특히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에 서로 갈라져서 원수처럼 서로 미워하고 싸우게 된 것은 그들의 공동의 어머니의 품을 떠났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들을 신앙과 그리스도교적 사랑으로 낳아 주고 길러 주고 보살펴 주는 교회의 어머니를 마다하고 스스로 가련한 고아의 신세가 돼버린 데서 교회 분열은 일어난 것이다。
그리스도의 거룩한 피로써 구속된 크리스찬들이 그리고 전 인류가 다시 하느님 안에 한 형제자매로서 의좋게 지내려면 위선 그리스도께서 제자 요한을 대표로 해서 모든 크리스찬에게 맡겨 주신 성모님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것이다。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에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교회 일치운동에 있어서 가톨릭의 마리아 공경의 정당성이 점차로 프로데스탄트 형제들에게 이해됨으로써 더욱 왕기를 띄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참된 신성은 어떤 일시적 감정이나 경신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에서 생긴다。참된 신앙은 자신을 계시하는 하느님이 인간과 만나는 것이며 이 하느님께 대해서 인간이 전 인격을 다해서 응답하는 것이다。
마리아를 모친으로 하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바라는 신앙은 이와 같은 자신과 우리와의 한없는 연결이다。
이것은 하느님께 인간의 전존재를 맡겨 드린다고 하는 전인간적 봉헌을 뜻하는 것이다。이러한 참된 신앙이야말로 하느님의 모친의 탁월성을 인정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우리들의 모친을 자녀로써 사랑하고 모친의 덕을 분발토록 격려해 준다. 성모님 자신이 그「마니피깥」에서 예언자적으로 지적한 대로『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나를 복된 여인이라고 부를 것입니다。그것은 전능하신 분이 내게 위대한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루까1ㆍ48) 구세주의 모친이요 우리의 어머님이신 성모 마리아께 자녀적 효경과 전폭적인 신뢰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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