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을 쓰다 보면 뜻하지 않은 여론을 듣는 수가 있다。개성이 뚜렷하거나 이지적이거나 자아 존중의식에 투철한 여주인공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반발이 심한 것이다。역사소설에 나타나는 여주인공은 그것이 왕비거나 귀부인이거나 혹은 미천한 여인이거나를 불문하고「정숙」「부창부수」의 구래 도덕 속에서 행동해야만 독자들은 납득을 한다。
곧 여성의 부덕(婦德)과 수동성과 헌신과 온순과 우아만이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소설만이 아니라 현실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항상 소극적이요 비극적이어야 하며 남자의 그늘에서 울고 웃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여성의 당연한 모습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여성이나 여권을 존중하는 사상은 모성 중 심주의라 할 만큼 뚜렷한 것이 있었다。
원시시대에는 그들의 지능이 단순하므로 여인의 체내에서 어린 아이가 나오는 것을 여자에게 큰 능력이 있어 아이를 낳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성 존중, 여체 숭배의 근원이 여기 있는 것이다。
원시사회에 있어서의 여인의 위치는 혈족단체의 지도자요 지배자요 그들의 의견은 가정의 한계를 넘어 종족문제에서도 크게 존중되었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와 원시사업의 발달에 따라 힘이 센 남성이 토지 재산의 소유자가 되면서 모권제도는 부권제도로 바뀌고 남성은 그 재산을 양도할 적출아(嫡出兒)를 원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가 선택한 여인의 순정을 강요하고 자신의 처에게는 정조를 지키도록 요구하면서 자신은 수많은 처첩을 두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조에 들어와서 여인의 지위는 떨어지고 왕가나 양반가에서는 그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서 여성은 오로지 남성을 위해서 살아가는 생물에 불과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은 또 다시 달라졌다。
관습 정치 조직 도덕관 그리고 가정생활도 옛날의 그것과는 크게 번혁된 것을 보게 된다。
시대의 흐름이 새로운 생활을 창조하고 문학이 그것을 반영했다。
그러나 얼마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부장적 가족제도로 가장인 아버지가 일가를 주재했으며 그 가장의 의사는 가족의 다른 성원에게 움직일 수 없는 율법이 되었다。
아내 되는 사람은 그 전 생활을 가정의 내부에서 보내고 문 밖 일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옷감을 짜고 음식을 만들고 빨래를 하고 아이들을 양육했다。
그리고 한 집안의 주부가 이 모든 의무에 충실하면 할수록 가족의 생활은 윤택해지고 질서는 바로잡혔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차차 이 같은 가정 노동으로부터도 해방되기 시작했다。
여인들이 손에서 생산되었던 것들이 공장과 직장에서 생산되게 된 것이다。
옷감ㆍ일용잡품ㆍ식품 심지어 고추장 된장 김치까지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생겼다。
오늘의 주부들은 생산은 없이 소비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보면 과거의 여성에 비해 현대 여성은 무척 편해진 것도 같다。
일체 개인적인 가정 노무는 줄고 그들의 생활은 풍부해졌으며 자유로와 졌다.
그러나 아직도 고민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은 행복하고 자유로운 듯하나 실상은 과거 전통과 인습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구시대적 관념과 새로운 개념의 충돌, 오랜 세기의 여파는 모든 새로운 것들의 위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들이 가슴 속에서 서로 다툰다。
묵은 가족제도, 다시 말해서 아내는 남편의 부속품이요 일가를 부양할 전 책임이 가장의 어깨에 지워져 있을 때는 오히려 여인의 정신적 고민은 적었다。
그 같은 시비에는 여성에게 아무런 기개(氣槪)도 없었으며 모든 것과 타협만 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정 안의 불평등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여인들에게는 새로운 정신적 번민이 생겼다。
과거의 여성을 살펴보고 오늘의 여성을 생각하며 앞날의 여성을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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