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여성은 지나치게 허영되고 화려하다고 비난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나도 그 비난한 사람 중의 하나일 게다。
또 옛 여성에 비해 팔자도 좋고 아무 근심도 걱정도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하지만 현대 여성이 가정을 지키는 데, 사회를 이해하는 데, 미래를 꾸미는 데 얼마나 많은 책임과 채찍 사이에서 고민과 탄식을 맛보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만하다。
나는 십여 년 전 외국 유학시에 미국 여성을 평하여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가장 가엾은 여성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나는 그들이 가정을 지키고 변화하는 사회를 이해하며 적극 참여하고 자녀를 길러서 미래를 확립시키는 일 모두에 게으르지 않고 동시에 여성의 아름다움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좋고 나쁜 것을 논하기 전에 지금 우리는 점점 그렇게 현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생각된다。현대화라는 작업에 여성은 여성대로 그 책임을 절감하고 아니면 휘말리거나 밀리어서라도 참여를 거부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다。그런 의미에서 뒤지면 뒤진 대로 앞서면 앞선 대로 제 나름대로의 현대판 고민이 있을 것이다。그렇게 편하지만도 않을 것이고, 팔자가 늘어져 있지만도 않다。어떤 어린이가 엄마는 지남철인가 아빠도 우리도 엄마 없이는 못 살지요 하고 엄마에 대해 쓴 것이 생각난다. 여자는 가정에서 누구에게든지 절대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과거에는 마땅히 그러해야 했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하리라 믿는다고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사회는 우리를 그런 대로 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사회는 직업여성이 아니라도 가정주부들의 적극적인 각성과 참여를 고대하고 장려하는 것 같다。나는 요즈음 많은 모임에서 새로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희망하고 찾고 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옛날과 같이 양념으로, 장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날카롭고, 적극적인 비판을 고대하고 있는 것 같다。때로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 때문에 예기치 않았던 무안도 말하고, 마음 아픔도 맛본다。하지만 성차에서 오는 사고나 판단력이 서로를 돕고 서로를 필요하는 것 같다。
이 필요성이란 옛날 여성들이 무조건 봉사한다는 여필종부와 같은 것이 아니고 다같이 중요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이 우리 여성들의 마음을 스치고 나서 우리는 가정에서의 우리 위치가 모호해지고 새로이 확충된 권리에 대한 책임이 어떠한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 것 같다。
아직도 일하는 사람이나 식모 없는 일반 가정은 드물다。조금만 생활의 여유가 생기면 자녀들 유치원부터 사립국교로 피아노에서 그림 공부로, 여가 선용이라 해서 꽂꽂이 요리 강습하고 분주히 나다니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모두 생활 향상이다。정서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하기야 어쩐 셈인지내 옆집도 그 옆집도 나와 같이 나가고 나와 함께 들어오는 주부들이 많은 것을 보고 처음에는 우리 동네는 직업여성이 많은가 생각했다。
물론 한결같이 곱게 머리 빗고 유행에 뒤지지 않는 몸맵시였다。
나는 이 현상이 반드시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나 우리의 권리를 찾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아마 이러한 여성들이 가끔눈에 띄면 현대 여성 전체를 심판대에 올려놓고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즉 그러한 여성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역시 우리는 현대화하는 대열 속에서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채로 우리의 노력을 다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본다。
점차적으로 가정에서의 위치가 확고해지면 손톱의 길이도 미장원에 가는 도수도 유행에 보조를 맞추는 일에도 그 방향이 바꾸어질 것이다。이러한 위치는 남성들이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 여성들과 같이 우리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남이 거저 준 것은 내가 고생해서 번 것 같이 귀중하지 않다。가정에서 먼저 충실하게 내 위치를 되찾는 것이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 된다고 나는 알고 있다。이렇게 말하는 나도 현대 여성이라는 사명감과 책임 때문에 하루하루 고민이 더해가고 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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