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불안을 가득히 안고 있는 70년대가 시작되는 첫 해 몇 달 동안에 큼직한 사건들이 연발하였다。즉 국내 사건으로는 한강로 여인 피살 사건과 와우아파트 도괴 사건이고 국제적 사건으로는 JAL기 피납 사건이요 우주적 사건으로는 아폴로 13호 사건이다。
대체로 어떤 큰 사건은 반드시 어떤 큰 교훈이나 철학을 남겨 주기 마련이다。이 사건들은 제각기 묵직한 깨달음을 주고 있다。그 중에서도 아폴로 13호 사고는 더욱 우리에게 커다란 묵상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나는 이 사건을 연료 전지 고장의「경악」귀환길의「고난」과 무사히 귀착한「환희」의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첫째 단계는 우주항공국이 장담하는 99.99%의 안전물에 대한 커다란 도전이다。
과학 기술의 엄청난 발달로 말미암아 과학에 대한 신뢰도가 거의 절대화 되어 과학 만능 내지 과학 신화의 사조까지 일어나고 있는 판국에 이번의 사고는 하나의 충격이 아닐 수 없다。이것은 바로 인간의 기술 만능적 오만설에 대한 하느님의 경고인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까불다가 한 대 얻어맞은 셈이다。즉 인간의 교만에 대한 무서운 하느님의 일침인 것이다。다음은 우주선을 타고 돌아오는 과정은 참으로 서커스보다 더한 불안과 긴박의 과정이었다。
이때 인간들은 어떻게 하였는가?
맨 먼저 미국의 국회는 전 국민이 하느님께 기도드리기 위해 하루의 휴무를 결의하기까지 했다。
또 교황 성하는 전 세계의 신자들에게 무사귀환을 위한 기도를 청하였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급할 때 하느님을 찾는 것이다。
인간은 하느님을 믿건 안 믿건 간에 다급하면 하느님을 찾기 마련이다。
아무리 위대한 과학자라도 자기 힘이나 기계의 힘만을 믿지 말고 하느님의 큰 힘을 믿는 겸손이 있어야 하겠다。지난 번 아폴로 11호 때는 우주항공국 책임자인 브라운 박사가 우주선을 발사한 직후에 『이제 남은 것은 기도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한 것은 참으로 위대한 과학자의 진실한 태도라고 찬양할 만하다。
끝으로 온 세계 모든 사람의 기도나 안타까움에 그야말로 천우신조로 여러 고비의 위기를 모면하고 날 때 평양의 바다 위에 안착(安着)한 단계이다。그때 물론 사람들은 천지가 들썩하게 환호의 함성을 울렸다。그러면서 또다시 과학과 인간의 승리를 구가하였다. 여기 문제가 있다。
급할 때 기도드렸던 것은 그 순간 벌써 잊어버렸다。매스콤은 한결같이 용기와 인내와 침착 등등-인간의 승리만을 찬양했을 뿐이지 한마디도 하느님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없었다。며칠 동안의 기도 소리를 들으시면 하느님은 아마 상당히 섭섭하셨을 것이다。모든 잘난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성취되는 것은 자기의 힘이라고만 생각하여 끝없는 교만을 부리고 그러다가 다급하면 거침없이 하느님을 부르고 그리고 또 그것이 지나면 언제 찾았던 하느님이냐고 시치미를 떼어버린다。인생은 누구나 이것을 되풀이하고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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