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서울 YMCA 강당에서 6개 종교 및 사회단체 주최로「버스 여차장의 삥땅에 관한 심포지움」이 열렸었다。종교단체가 이와 같은 구체적인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것을 우리는 진심으로 환영하며 앞으로도 이러한 심포지움이 자주 개척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일간지에서「삥땅」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는 것만 보도했다。
전문에서 떼놓은 이러한 표현은 곡해될 우려가 많기에 우리는 재차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삥땅」문제에 두 가지 면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그 첫째는 여차장 개개인의 양심에 관련되는 개인 면이고 둘째는「삥땅」이 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는 사회 면이다。
양심교육의 일역을 맡은 교회는 여차장 개인에게 죄의식에서 벗어나서 올바른 길을 찾아 생활해 가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이며 인간은 하느님 앞에 언제나 죄인이므로 그것을 고백하고 고통과 어려움을 통해서 성화되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이러한 양심교육의 가장 적절한 장소는 틀림없이 고백소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 면에서 볼 때「삥땅」은 확실히 악이다.「삥땅」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악이다。그러기 때문에 사회의 부정으로서의「삥땅」은 어디까지나 합리화될 수 없으며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일종의 횡령인「삥땅」을 정당화하면 이 사회 내에 있는 모든 횡령은 정당화되며 허용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사회 상황을 살펴볼 때「삥땅」하는 여차장을 죄인으로 단정한다는 것은 좀 과격할지 모르나「삥땅」자체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왜냐하면「삥땅」은 틀림없이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부정행위이며 이것을 일반화하면 사회 질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더구나 우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시정돼야 할 점이 바로 부정을 근절하고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버스 여차장들이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삥땅」이 생겼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정당한 임금이 기준인 먹고 입고 건강과 체면을 유지하고 자기 가족을 부양하고 자기 장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정당한 봉급을 여차장에게 지불하도록 버스 회사 기업주들에게 강요해야 할 것이다。교회는 노동을 통해서 인간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가르친다。그러나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다 해서 노동자가 무조건 남의 소유를 침범할 수 없다。
법과 계약과 질서를 따라야만 하는 것이다。이 질서는 공동선이므로 한 개인의 이해관계의 구실로 파괴할 수는 없다。어디까지나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피해자가 제 권리를 찾기 위해서 법의 절차를 통해야 하며 법으로도 뜻을 이루지 못할 때는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서 투쟁할 수도 있는 것이다。만일 여차장들의 경우처럼 힘을 합쳐도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정부나 교회나 또 그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단체들이 그들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일 투쟁과 세력이 무서워 여차장들의 입장만을 고려해서「삥땅」을 묵인한다면 이 나라의 사회악 중 묵인 아니할 것은 없어지는것이다。「삥땅」뿐 아니라 이에 유사한 모든 부정을 근절하도록 가톨릭은 다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삥땅」을 낳은 이 사회에는 정화되어야 할 것이 많다。가톨릭의 사명은 적극적 사회 참여로써 올바른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끝으로「삥땅」이 여차장에게 주어져야 할 봉급의 일부라면 이를 양성화해서 봉급으로 지불하면 여차장들에게는 양심의 가책을 덜어 주어 더 즐겁게 또 성실하게 일하는 동기가 될 수 있고 기업가들에게는 합리적인 운명을 계획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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