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군 미리내 성지를 가던 날은 초가을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싸늘한 날씨가 스산하게 느껴졌고 떨어져가던 낙엽을 보며 죄 없이 순교한 넋을 생각케 되었다.
손가락질을 당하고 침 뱉음을 당해도 웃음으로 대했던 순교성인들. 죽음의 공포도 울부짖음도 아픔도 없이 초연히 목숨을 바치셨던 그분들의 유골이 묻힌 성지에서 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용기를 배우고자 순례의 길에 나섰다.
자칫 유혹에 빠지기 쉬운 잘못도 없지는 않았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가을의 정취에 취하기도 하고 나들이 길로 여길 유혹을 가까스로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죄 없이 순교한 성인들이 한분이신 하느님을 주인으로 섬기고 모든 만물의 주인으로 섬긴 것이었다.
김대건 신부님의 유골이 모셔진 경당에서나 선명하게 14처가 모셔진 곳에서나 나는 깊은 순례정신을 터득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미리내 성지는 정말 조용했고 우리 순교자의 넋이 묻힌 곳이라 거룩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신앙이 약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신앙적 신심을 도모하고 영성적인 생활을 실천해서 잘 못하는 기도지만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열심히 주의 기도라도 바쳐야겠다. 돌 지난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 그렇게 배워갈 것을 다짐했다.
미리내 성지는 말처럼 아름답고 좋은 순례의 길이었다. 앞으로는 좀 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하느님을 잘 따를 수 있는 자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