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교회의는 한국 교회의 획기적인 사업으로 금년도에 종교 사회조사를 실시할 것을 결의하고 이미 서강대학 사회문제연구소에 위탁, 그 조사에 착수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는 한국 사회와 우리 교회와의 관계를 여러 각도로 진단, 파악하여 앞으로의 선교 방법과 사회 안의 교회로서의 지향할 바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서 매우 의의 있는 일이다。사실은 진작 이런 일을 했어야 할 것이었다。우리 교회가 오늘날까지 2백 년의 역사와 많은 순교자를 가졌다는 자랑만을 일삼아온 나머지 모든 것이 인습적이고 주먹구구식일 뿐 과학적 사회적 방식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따라서 교회의 對 사회관계에 있어서 지극히 막연한 생각만을 가졌을 뿐이지 실태를 통계적으로 따져서 관찰해 본 길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신자 자체에 대한 모든 상황을 숫자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그것을 토대로 변천해 가는 하느님의 백성들을 사목해 나가는 일은 거의 엿볼 수가 없었다。이런 시점에서 이번 서울 명동교회가 신앙 설문서를 통해 신자들의 ①개인적 상황 ② 신앙생활 ③공부 ④활동 ⑤교회 운영 등등의 여러 가지 점에 대해 그 실태 진단을 시도했다는 것은 실로 획기적인 일이며 그 결과에 대한 분석 검토는 교회 사목이나 운영 면에 지대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이것은 비단 명동교회 하나만의 일이 아니고 전체 교회의 참고가 되는 일이겠다。명동교회는그 역사적이나 현 실정으로 보아서 서울대교구의 대표적인 교회일 뿐 아니라 어느 의미에선「한국 교회의 얼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명동교회의 신앙조사는 대체로 한국 전체, 특히 서울을 위시한 대도시 교회의 신자 실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많은 공통점을 엿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 같은 신앙조사는 그것이 처음이었기에 비록 조사 내용에 만전을 기하지 못했고 또한 응답자의 비율이 낮았다는 점을 간과하더라도 그것이 사목과 운영 면의 쇄신을 위해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은 틀림없다。다른 모든 교회에서도 각자 특수 사정을 고려하면서 이 같은 신앙 진단을 실시하여 확실한 통계 숫자를 기초로 한 교회 발전을 기도해야 할 것이다。
명동성당의 조사 내용은 아직 공식적으로 그 정확한 분석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그 전모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우선 단편적으로 보도된 바에 의하면 두드러진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이것들은 이미 우리가 짐작은 하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통계상의 숫자로 나타난 것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점들이 있다。그 중 두세 가지만 들어보면 첫째 우리 교회가 공부하지 않는 교회임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실이다。제2차「바티깐」공의회 이후 교회와 사회에 대한 교회 서적 신문 잡지 등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이때 교회 서적을 자주 읽는 신자가 불과 8% 교회 신문과 잡지를 정기적으로 보는 사람이 11%에 불과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학 졸업생이 24% 중고 졸업생이 27% 대학생이 18%란 명동의 지성인 교회에서 이렇다면 다른 곳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한 교회 운영을 위한 재정적인 의무를 실천하는 면에서 볼 때 평신도들이 성직자와 같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또한 교회의 주인공으로서 교회 운영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무금을 1백 원에서 3백 원을 내는 신자가 45%이며 주일 헌금은 10원을 내는 사람이 18% 몇10원을 내는 사람이 40%로서 결국 10원 단위의 헌금자가 물경 60%에 가깝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사실이다。명동성당의 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그래도 말쑥하게 신사 숙녀의 외모를 갖춘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교회 운영에 대한 지나친 무관심 내지 냉담한 자세는 하루 속히 청산돼야 할 당면과제이다。
끝으로 한 가지 특기할 것은 각종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51%나 된다는 사실이다。이것은 하나의 적극적인 자해로서 매우 바람직한 경향이며 동시에 교회 당국이 이제까지 평신도의 활동 의욕을 개발하지 못한 채 성직자나 교회의 일부 간부들만이 만사를 처리하는 구태의연한 태도에의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이번의 신앙조사가 교회의 쇄신과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 커다란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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