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하였다. 어른이 처음부터 어른이 아니라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때문에 어린이가 없으면 어른이 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라고 한 것이다. 옳은 말이다.
또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장래가 예측된다는 말이다. 어른은 일찍 죽어가고 어린이가 어른이 되어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인데 장차의 주인공들이 훌륭한 어른이 되기 위하여 우리들은 이 귀하고 소중한 어린이들을 위하여야 하겠다. 우리는 오랫동안 어린이들을 너무나 무시해 왔다. 한편으로는 어른 앞에 꼼짝하지도 못하게 하였고 한편으로는 무슨 노리개처럼 귀해 하기만 하여 왔다. 그러는 동안에 어린이의 참 소중함을 잊고만 있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냐. 어린이가 어른을 위해야 한다면 어른도 어린이를 위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리스도는 사람이 어린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지 못한다 하셨다. 어른들은 물러서고 어린이로 하여금 내게 가까이 오게 하라 하셨다. 어린이는 정말 천사와 같다. 세상에 어린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고. 알고 보면 어른이 어린에게서 배울 것이 너무도 많다.
나는 어린이와 함께 있으면 가장 행복하다. 여가 있거든 유치원에를 가보라. 어린애가 많이 있다. 50명이면 50명 백 명이면 백 명 모두가 천사 같다. 하나도 빠짐없이 천사 같다. 눈이 둥근 놈은 둥글어서 좋고 코가 오똑한 놈은 오뚝해서 좋고 귀가 적은 놈은 자그만한 귀라서 좋고 모두가 다른데 실로 백인백색인데 하나도 미운 놈이 없다.
내집 놈이고 남의 집 놈이고 구별할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모조리 내 아들이요 내 딸이다. 내 마음도 어린이 따라 천사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 어린이의 어린이다운 점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순진함에 있다. 깨끗하다는 것이다. 더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도 가식이 없다는 것이다. 꾸밀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속일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예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곽규석이라는 분은 아동을 입학시키며 원서에다가 직업란에 연예라고만 해 넣었더란다.
학교에서 보호자에 관한 조사를 위하여 아동을 불러『네 아버지는 무엇을 하시느냐』고 물으니 『우리 아버지 후라이 뽀이이예요』고 서슴없이 대답하더란다. 내가 직접 후라이뽀이 곽규석 씨한테서 들은 이야기다. 어린이에게는 이렇게 숨김이 없다. 꾸밈이 없다. 거짓이 없다.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 없다.
심한 이야기로는『우리 아버지는 노름꾼이예요.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래요』마저 있다 한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며 얼마나 순진한 일이냐. 이래서 어린이가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지 못한다고 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어린이의 정직하고 깨끗한고 순진한 마음을 그대로 자라게 해주자는 것이다. 더럽히지 말고 막지도 말며 굽히지도 말고 비뚤어지게 하지도 말며 올바로 무럭무럭 자라게 하잔 말이다. 그러자 그것이 위하는것이다. 잘못 기르면 이상하게 되는 수가 많다. 썩는 수도 있고 부러지는 수도 있고 말라빠지는 수도 있고 비뚤어져 밟히는 수도 있다. 그렇게 자라면 어찌 옳은 주인공이 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비근한 일이지마는 집을 짓더라도 어린이 방을 잊지 말고 음식을 장만하더라도 어린이 음식을 잊지 말고 의복을 짓더라도 어린이 의복을 잊지 말고 놀이를 하더라도 어린이 놀이를 잊지 말자.
생활비 예산을 세울 때에 어린이를 위한 예산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존재를 무시하는 일이 아직도 그 나쁜 버릇이 남아 있지나 않을까. 그리고 책임지고 지도하여야 한다. 귀찮을 수가 어디 있느냐. 괴로울 것이 어디 있느냐. 사랑이란 것이 대관절 무엇인가. 어린이를 위하여 내가 희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 사랑이 아니냐. 희생으로 뒷받침하는 사랑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어린이를 사랑하기는 하지마는 어린이를 위하여 내가 희생하기는 싫다.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부조리가 어디 또 있겠느냐. 다만 육체적인 사랑뿐이 아니라 희생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을 나는 참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그런 의미로 우리는 어린이를 위해야겠다. 어린이를 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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