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입니다.
신록의 계절, 바람은 부드럽고 온 누리에 새로 솟아나는 생명과 빛이 가득 차 있습니다. 환희의 계절입니다.
5월은 아름답습니다. 5월을 노래하는 많은 시가 읊어졌습니다. 그 밖에 모든 예술가들이 제각기 5월을 꾸몄습니다.
5월에는 여러 가지 잔치도 벌어집니다. 어린이날과 어머니날도 5월입니다. 노동자의 날 스승의 날도 5월에 있습니다. 혼인잔치도 5월에 많겠으니 아마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는 잔치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5월은 무엇보다도 성모 마리아의 달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이름 하나로 모든 것을 다 덥고도 남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는 한마디는 모든 생명보다 모든 예술보다 모든 축연보다 뛰어나는 것입니다. 마리아는 그 모든 것보다 먼저 있었고 위에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모르고 또 그 이름을 위한 것이 아닌 아름다움과 미움 모든 환희와 영광, 모든 약한 자와 강한 자 모든 비애와 실망, 모든 승리와 패배, 모든 생과 사, 모든 명과 암, 모든 과거와 현재와 미래, 모든 높은 것과 낮은 것, 모두가 성모 마리아를 위한 것이요 성모 마리아의 품 안에 간직되어 있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무슨 까닭에 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도 또 그 위에 있는 것이냐고 묻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겟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한 사람의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에와의 자손이기 때문입니다. 에와의 책임은 더 중했던 것입니다. 에와는 아담을 돌봐야 했기 때문입니다. 에와에게는 모든 것이 의탁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 사람의 여인에게 인류의 살림살이가 맡겨졌던 것입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여인은 모든 것입니다. 진과 선과 미는 우선 여인의 것입니다. 그 밖의 모든 것은 그 뒤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 한 사람의 여인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에와의 자손의「눈물의 골짜기」라고 한다면 너무 슬프다고 하는 이가 있을는지 모르겟습니다. 그러나 여인의 눈물을 모르는 이는 인간의 역사를 모르는 이입니다. 사실은 골짜기로 흐르지도 못하고 그대로 땅 속으로 스미고 보이지 않는 눈물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여인은 이 세상의 역사 속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인이 하는 일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인은 시간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참으로 영원한 여성이 있습니다. 동정녀 성모 마리아가 바로 그분입니다. 제2의 에와라고 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천주 성모의 모친이 되기 이전에 여인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 무서운 순간이 있기 이전의 에와였기 때문입니다. 에와의 역사가 생기기 이전의 에와와 꼭같은 자리가 성자를 위해서 마련됐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2의 천주 창조인 것입니다.
이 교리! 이것은 인간의 지혜가 당해낼 수 없는 것입니다. 제2의 에와 성모 마리아 이후에 또 다시 눈물의 골짜기, 아니 눈물의 바다를 이루었습니다. 이것은 슬픈 눈물이 아니라 환희의 눈물입니다. 교황 요한 23세가 로마의 어느 감옥을 방문했을 때 그때 감옥은 눈물의 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런 눈물의 바다가 말입니다. 희망과 환희와 통고에 가득 찬 눈물의 바다입니다. 십자성로에서 흘리던 눈물 말입니다. 현대라는 이 20세기 후반기에 흘려야 할 눈물 말입니다.『이제와 우리 죽을 때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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