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오후 최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종신부가 군종신부단 본부에 들렸다。
나에게 첫 인사로 사기 앙양이 될 만한 일이나 즐거운 소식이 없느냐고 했을 때 마음이 퍽 괴로웠었다。수백 리 길을 달려 단 본부에 찾아온 그 젊은 신부에게 사기 앙양이 될 만한 소식이나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한정된 계급이지만 가톨릭 신부라는 위치 때문에 어느 장교보다 폭이 넓은 활동을 하여야 하는 군종신부들의 애로사항은 참으로 많다. 항상 유동적인 생활을 하면서 철새처럼 오가는 그들 군종신부들에게 따뜻한 집 한 채도 없이 셋방살이를 하는 고충으로부터 시작하면 무수히 적을 수 있으리라。그러나 이러한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열거하기 전에 이「아가페」난을 이용하여 한 가지 협조를 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어느 군종신부이든 항상 듣는 공통적인 말이 있다면『신부님 언제 제대합니까?』『신부님은 제대하지 않습니까?』하는 말이다.
성직자 수도자로부터 시작하여 중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각종의 신자들은 군종신부에게 하는 공통적인 말이 빨리 제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군대생활 오래 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그것도 군대생활을 오랫동안 해본 사람이나 혹은 군대의 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좀 더 귀를 기울여 그 이유를 물어 보고 싶지만 수박 겉 핥기의 군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할 때는 듣기 거북할 때가 있다。한 번은 군인교회에서 미사를 마친 다음에 장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빨리 제대하여야겠다는 나의 말을 그 즉시 반박하는 영관장교가 있었다。『신부님이 제대하면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참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던 순간이었다。
군복 입은 신자 장병들은 군종신부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요즈음은 외교인 장병들이 더욱 큰 기대를 군종신부들에게 걸고 있다는 사실을 들을 때 정말 양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60만 대군의 의기 앙양과 정신 무장 감화 및 도덕 향상을 위한 일을 하는 군종신부들의 사기 앙양을 위하여 민간 교회와 민간 신자들에게 기대를 걸고 싶으며 제대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이전에 신부들의 사기 앙양에 보탬이 되는 말들을 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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