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내게 있어 너무나 어려운 길이었고 그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됐습니다. 저는 계속 그를 거절했고 행여 그를 불행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가 올 때마다 짜증을 부리며 가라고 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가세요. 이젠 오지 마세요. 결혼 같은 거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반대하는 결혼은 싫어요』
『주위 사람들 신경 쓰지마、 결혼은 우리가 하는 거야. 우린 서로 사랑하잖아. 그리고 제발 나를 믿어줘』
『못 믿는 게 아녜요. 무서운 거죠. 』그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알아주길 바라며 끊임없이 찾아왔고 마침내 저는 그 마음에 고개를 숙이게 되었습니다.
『잘 생각해서 해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살다가 혹시 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래. 그 사람이야 괜찮지만 네가 받을 상처를 생각해 봐』
『난 그 사람이 나를 버릴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나도 이젠 결정했어. 언니、 난 짧으면서도 굵게 행복하게 살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과 단 1년을 살아도 행복하다면 그보다 더 보람된 삶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이젠 축복해 줘. 잘될 수 있도록』
그러나 시집의 반대는 컸습니다. 시부모님께 생일선물로 보내드린 소포를 되돌려 받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가 불구며느리를 반겨 맞겠습니까?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었을 거예요.
70을 바라보는 시부모님께 그는 솔직히 불효였습니다.
그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부모님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야할 길은 언제나 가시밭길 이었습니다. 옛날 혼인신고를 했던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 혼배를 줄 수 없다는 신부님의 말씀에 또 한 번 시련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법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수속을 밟았고 마침내 결혼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잘 견뎌냈습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웃어보았습니다.
우리가 어렵게 쌓아올린 사랑은 더 튼튼해졌고 말리던 모든 사람들이 그때야 비로소 축복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마리안나가 묵주기도를 열심히 해서 성모님이 들어주시는가 보다. 너의 고통 내가 다 안다』
데레사의 집 어머니는 이렇게 웃으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사랑하면서 등을 돌려 헤어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서로에게 고통만 안겨줄 뿐 진정 두 사람이 사랑한다면 어느 누가 결혼을 반대한다 해도 구태여 그 길을 피하며 살 필요는 없었습니다. 우리는 기쁨ㆍ고통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고 또한 주님께 모든 걸 감사드리며 만난 지 5년 만에 결혼을 했던 것입니다.
그는 결혼하기 위해 열심히 교리를 배워 영세를 하였고 지금은 저보다 더 열심한 신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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