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에 이른바「모자보건법안」이 보건사회부의 제안으로 입법화된다는 소문이 지상에 보도되자 학계 일반 사회 종교계 언론계 등 각계각층에서 찬반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법률화한다는 것은 하나의 평지풍파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인공 임신중절을 합법화하려는 내용의 법안으로서 이미 67년도에 소위「우생법안」이란 이름으로 입법화를 기도한 바 있었다가 당시 각계 여론의 치열한 반대에 부딛쳐 좌절되고만 일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또다시 거의 같은 내용을 가진 소위「모자보건법안」으로 탈을 바꾸어 내놓고 있다. 먼저 이 법안의 내용 골자를 본다면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즉 첫째는 인공 임신중절(낙태)을 허용하는 한계로서 다음의 경우에는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가 있으면 낙태가 허용된다는 것이다. 즉 ①본인 또는 배우자가 유전성 정신장애 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②보사부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에 걸려 자녀가 출생할 경우 질환이 전염될 우리가 있을 때 ③강간이나 준강간에 의해 임신되었을 경우 ④법률상 혼인이 불가능한 근친 간에 임신했을 경우 등이다. 또 둘째로는 ①임산부가 관할 보건소에 등록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안전 분만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②유아에 대한 정기적인 건강 진단을 실시, 질병 예방과 조기 치료를 해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전자는 낙태를 합법화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모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먼저 이른바 모자를 보호하겠다는 문제부터 검토해 보건대 그 이상은 대단히 좋으나 부정식품 부정의약품이 횡행하고 전국에 무의면(無醫面)이 5백여 개나 있고 계절적 전염병의 방역에도 헛점 투성이인 현 보사부의 예산이나 인력상태로 보아서 이는 도저히 실행 불가능의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고 오직 낙태 합법화를 합법화하려는 캄푸라치의 곁드리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낙태수술로 인해서 여러 가지의 부작용 질환을 일으켜 모태의 건강을 손상하는 것은 통계상으로 나타난 상식에 속한다. 그렇다면 이는 아이와 어머니를 보호하겠다는 모자보건법이라기보다는 아이를 죽이고 어머니를 손상하는 모자살상법이 될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다음은 낙태에 관한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건대 유전성 질환 전염성 질환 근친 간 임신 등 몇 가지 경우는 극히 드문 예외적인 것으로서 하나의 들러리적 이유를 제시한 데 불과하고 문제의 핵심은 이른바 가족계획의 최후 수단으로서 또는 성 불륜행위에서오는 결과를 수습하기 위한 부당 불법적인 낙태수술을 정당화 합법화하려는 데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란에서는 이 문제만에 치중하여 검토해 보겠다. 먼저 아이를 낙태시킨다는 것은 무죄한 하나의 인간 생명을 죽이는 것이다.
이는 법률이나 신학 같은 문제 이전에 상식과 자연에 속한 문제이다.
또 이는 바로 십계명 중의 제5계명을 정면으로 침범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태에 잉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부여된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통론이다. 더구나 그 태아는 티끌만 한 허물도 없는 하느님의 모상 그대로의 생명체이다. 이는 마땅히 그 부모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 무죄한 생명을 보호 아닌 살해를 한다는 것은 어떠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미 생명체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이 생명체의 탄생을 방해하려는 일체의 인공적 수단마저 부당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우리 교회의 견지에서 볼 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문제이다.
더욱이 부도덕적 성행위의 결산을 하기 위한 낙태를 합법화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언어도 단어다. 이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동시에 또 하나의 불륜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즉 계명 중의 제6제명을 침범한 자들을 정당화시키자는 것이다.『사람을 죽이지 말라. 간음을 하지 말라』함은 바로 하느님의 법이다. 이것은 인간의 양심에 박아 준 자연법이고 또 하느님이 인간에 명시해 주신 신법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연법과 신법에 정면으로 상반되는 것은 인간법으로써 규제하지 못할 것이고 또 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세계의 시대 사조는 성해방 성모랄의 자유 등을 부르짖고 있으며 성도덕은 극도로 타락하여 가고 해괴망칙한 스캔달들이 매스콤을 통하여 온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가 재현된 것 같다. 이러한 풍조가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에도 점차로 침공해 오고 있다. 자고로 우리 한국은 부부유별의 유고사상을 숭상해 온 민족으로서 정조윤리가 강하다고 이름난 동방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벌써 그 유일한 예의마저 조수 같이 밀려오는 세계 풍조에 말려 들어가는 경향이 짙다. 아니 벌써 우리 주변에도 성모랄 타락의 시대가 왔다고 한탄하는 인사도 많다. 이런 때 불륜행위를 결과적으로 정당화하는 법률을 입법하려하는 것은 참으로 놀랄 만한 한심사이다. 이 법을 굳이 만들겠다는 측이나 또는 이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즉 낙태행위는 형법상 범법행위이지만 가족계획으로 또는 불륜행위의 결과를 아예 음성적으로 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를 양성화하는 것이 모자의 보건을 위해 좋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말이다. 나쁜 일이기는 하나 이왕 하고 있으니 차라리 탁 펴놓고 하자는 이야기다. 요사이 이런 식으로 걸핏하면 현실화니 양성화니 하는 낱말들이 성행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자들이 자기 과오를 호도하려는 둔갑술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그런 식으로 나쁜 것을 양성화시키겠다는 방식을 확대한다면 도둑질이나 뇌물을 먹는 것이나 기타 모든 부정부패 행위를 모두 다 양성화해 버려도 좋다는 논리도 성립될 것이 아닌가? 요는 이번의 소위 모자보건법안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또 인간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되찾는 것을 급선무로 삼고 있는 우리 교회로서는 결코 이 문제를 대안의 화재처럼 방관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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