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을 기다렸단 조치원성당 낙성식에 분에 넘치게 청첩 받고 대전에서 아침차로 갔다.
조치원에 내려 꽃 몇 송이를 들고 성당으로 가는 길에 마침 지나가던 찝차 속 뒷자리에서 누가 손을 흔든다.
아! 대전 金영교 신부님이시다. 나도 너무나 반가워 꽃송이를 든 채 손을 흔들었다. 그분은 내 은인이요 존경하는 분, 가까이 모시고 싶었는데 내가 성장한 내 고장을 찾아 주셨으니 정말 고마웠으며 내 마음은 그 순간부터 어린애 같이 기뻤다.
환영 행렬이 시가대로에까지 이미 뻗혀 오늘의 귀빈을 기다린다.
황민성 주교님 김영곤 신부임도 그 행렬에서 계시며 교황청 한국 주재 대사 로똘리 대주교님 일행을 기다린다.
나는 김 신부님께 인사하고 황 주교님께 내 고장을 찾아 주시어 영광됨을 아뢰옵고 행렬 뒤로 하여 성당에 갔다.
접수처에서 반겨하면서 꽃도 가슴에 달아 주고 안내했다.
선친(先親)과 선비(先비)께서 은혜 받은 성당이다. 내집 같이 따뜻하고 아늑한 울 안에 아담한 건물과 성모상이 60년의 숙원을 풀었다는 듯 밝게 보였다.
서울 계신 구전희 신부님도 오셨다. 선친께 대세 주신 은인이시다.
『최요셉 중열 아들입니다』인사를 드렸다. 대사 일행이 당도했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정문을 통하여 박수갈채의 환영을 받으며 성당 앞에 임하신 후 간단한 예절이 끝나고 성내에 들어갔다. 모두 합석했다.
미사에 참석한 우리는 인간이기에 아기 울음소리도 들렸고 잠담이 있었고 부끄러움이 있었다. 조용하지 못한 군중은 신부님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 집전하시는 대사와 그 복사자는 조용했고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워 보였고 말이 없으면서도 계시를 느끼게 했다. 성호를 그었고 주모경을 외웠고 미사를 드렸다. 아! 훌륭한 광경이며 보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진경이다. 나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고 나를 뉘우쳐 찌릿함을 느꼈다. 무엇일까? 이 품 안은 내 어머니를 죽어 모시고 왔던 곳 이 품 안에 내 아버지의 은인 구 신부도, 내 어머니에게 대세 주시고 영혼을 달래 주신 김영곤 신부와 이훈 씨도 또 대모도 그 밖의 여러 신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광된「묵주」로 내 어머니에게「마지막 선물」하신 김영교 신부 모두 모두 자리를 같이한 이 장하고 복된 품 안이 아닌가? 거룩하다 하늘과 땅에 가득히 그 영광! 유명을 달리하신 내 부모가 이 광경를 보고 흐느끼며 그 영광에 감사하기며 기뻐하실 게다.
아직 미흡하여 성세성사의 광명을 구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주님은 용안을 거치른 소요 속에서도 찌뿌리시지 않으셨고 어른이나 꼬마를 등차 두지 않으셨고 진리의 불변과 사랑의 영원을 암시하셨다. 주님의 사자들은 소녀와 같이 고왔고 지혜로웠고 정중하고 바쁘게 움직이었으며 그의 붉어오른 양볼은 내 마음을 참된 곳으로 기쁨에 넘치도록 유인했다.
내가 아직 터득 못한 학문과 그 사상이 아니요 그가 풍기는 그 향기가 곱고 따뜻했으며 아낌없이 퍼부어 주는 우정이 너무도 뜨거워서이다. 정말 마음을 같이할 수 있는 성스러운 자리이다. 나는 거룩한 존재를 그 안에서 보고 느꼈다. 나 이미 죄 지었고 나 이미 어버이를 여의고 불효했으며 일찍이 깨닫지 못했으나 어제만 탓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이 있으니 새로운 가치와 삶의 참뜻을 찾아 주님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섰노라 여쭈었다. 가신 내 어머니(한 데레사 복동) 돌아가시기 전 사흘날에 선물 받은「묵주」쥐고 성호 그으시며 말하셨다.『이것은 김 신부님이 주심이 아니요 주님께서 보내 주신 게다. 나 이미 죽은 너희 외숙(1년 전 위암으로 세상 뜨다)을 보고 느껴 주님께 의탁했노라』그 품에「묵주」안고 가신 장한 어머니를 대견히 우러러 생각했다.
낙성식장에서 노기남 대주교님 말씀도 들었고 또 다른 분의 말씀도 들었다. 모든 말씀이 뜻이 깊고 넓고 자리를 잡아 주셨고 하나에 머물지 않았고 한없이 힘을 안겨 주셨다.
많은 분에게 노고를 치하하는 감사장을 주어 봉사의 참뜻을 알렸다. 그 속에는 꼬마들도 끼어 있었다. 시상의 시간은 짧았으나 그 공은 훌륭하였고 후세에 길이 기록될 것이다.
『아! 나는 보고 느꼈나이다. 거룩한 존재에 광명을 찾았나이다.
근엄하고 따뜻산 자비로운 모습에서 진리의 지혜로움과 사랑과 봉사의 정을 찾았고 감사와 기쁨을 감출 길 없어 자랑하고 길이 가슴 속 깊이 새기겠나이다』하고 중얼거리며 믿음이 적은 나를 조용히 나무라며 그곳을 떠나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