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는 순결보다 앞선다』고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으나 알쏭달쏭한 말이 생각납니다. 아름다운 것 때문에 순결을 짓밟아도 좋다는 뜻인지 미에 의해서 순결이 더욱 이화된다는 말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현대는 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성이 양심을 지배하는 성일원논」시대 같기도 합니다. 예술도 과학도 경제도 모두 성에 봉사하는 시대입니다.「빵」문제 때문에 세계가 크게 양분되었고 끝없는 희생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현대의「성」문제는 전선 없는 보다 악질적인 세균전인 것 같습니다.
이 침략전의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는 프로이드의 학설이 아닌가 합니다. 프로이드는 확실히 천재입니다. 칼맑스 또는 히틀러가 천재이듯이 그도 위대한 천재이며 그들의 과오가 컸던 만큼이나 프로이드의 오류도 큰 것입니다.
진리에「이중 진리」가 없듯이 인간의 본능적인 에너지도「이중에너지」가 아니고 단일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원천은 하나이나 다양한 목적과 용도를 위해서 창조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이것은 본능으로 해소시킬 것이 아니라 예지에 의하여 처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령 한강의 물은 하나이지만 농업 공업 교통 군사 스포츠 관광 등 무수한 용도가 있듯이 인간에게 주어진 에너지도 원천은 하나이지만 용도와 필요에 따라 행위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학문과 예술에 봉사하는 에너지도 되고 영웅적인 용기와 헌신의 근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에너지는 분산시키면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에너지는 하나의 추진력이 되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추진력은 엔너지의 집중에서 생깁니다. 월세계를 향해서 날아가는 우주선은 9백만 개나 되는 부속품 중에서 한 개만 고장이 생겨도 실패하는 것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인간의 추진력은 이보다 더 조심성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선진국이라는 나라에서 청소년에게 실시한다는 성교육 방법은 인간의 추진력을 말소시키고 창조력을 고갈시키는 반생명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이드적 인간관은 시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에너지를 인간의 최후의 목적과 분리시켜서 고찰하면 참으로 모순 덩어리요 부조리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인간을 그 최후의 목표와 아울러서 생각하는 능력, 바로 그것을 나는 예지라고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데『순결을 떠난 것의 최초의 열매는 정신적 맹목』이라고 하는 뜻의 말을 성 토마스가 했는데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현대는 불순과 무지가 서로 악순환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예지가 먼저인지 순결이 먼저인지 미가 먼저인지 우리로서는 분간하기 힘드는 일이지만 이 삼자가 따로따고 있지 않고 하나라는 것만은 명백합니다.
그러나 현대는 순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에 있어서 가장 결핍된 것은 순결이기 때문입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현대는 범람과 오염의 시대입니다. 대량 소비문화의 시대라고 합니다. 인간의 귀중한 에너지가 무제한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최대의 인간 소비입니다. 인간의 에너지는 순결에 의해서만 정화되고 집중되어 인간문화를 높은 데로 이끌어올리는 추진력으로 화하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신성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순결에서 출발된 것입니다. 여기에 성녀 마리아 고레띠 소녀의 현대적 사명과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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