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하루에 서울에서만도 세 가지 큰 모임이 있었다. 가톨릭문우회 창립총회가 이 국회의장 공관 뒷뜰에서 있었고 한국 가톨릭 저널리스트클럽 정기총회가 명동성당에서 개최되었으며 또 서울 가톨릭여성단체협의회가 가톨릭 유지 여성들을 초빙 좌담회를 가졌었다. 화창한 5월 말이었고 또 주말이었던 관계로 이외에도 가톨릭 모임이 이날 전국 각지에서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추측되는 일이지만 이 세 가지 회합만 보더라도 한국 교회에 회합「붐」이 일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이것은 무엇을 증명해 주는 것일까?
개인 성화에 주력하면서 도피사상에 잠겼던 우리 교회가 이젠 상호 간의 협조 없이는 천국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또 교회가 사회 참여를 실현하려면 개별적인 활동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 같다.
한국 사회가 참된 복지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만을 성공함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정신 향상이 병행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과 봉사의 정신이 널리 보급되어야 하고 또 우리 고유의 사고방식과 사상을 정화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단체를이 구성되어 복음정신 하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증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가톨릭이 모이는 회마다 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협조하기 위해 모인 단체 내에서 협조가 가장 어려운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회는 창립총회가 해산총회가 돼 버리는 수도 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어디나 의견 대립이 없을 수 없으나 이 대립을 해소하지 못하면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는 것은 어렵게 되는 것이다.
또 어떤 회는 크게 시작해서 차차 자멸해 버린다. 일시에 가졌던 성의가 지속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것이다.
그리고 가톨릭 회합들이 다 같이 안고 있는 어려움은 모여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모르고 있다. 회칙이나 소풍 일자 등을 정하고 다과회나 갖고 하는 정도로 그치는 수도 있으며 오락이나 즐기고 기금이나 마련하는 것으로 끝나는 수도 있다. 모인「멤버」만 가톨릭이지 실지 활동 면에서는 일반 사회 단체와 마찬가지로 행사위주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미 잘 실천하는 회도 있지만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가톨릭 회합이 가톨릭운동이지 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 성격을 전혀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고 회는 방법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운동은 마치 3·1운동이나 녹화운동처럼 정신에서 우러나는 자연발생적인 것이다. 사람이 무슨 의욕을 가지면 잠자코 있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성신을 받은 자도 이와 마찬가지로 정적상태에서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같은 정신 하에 모인 가톨릭 단체는 가톨릭 정신에 따르는 운동이 발생되게 마련이다. 그러기 때문에 가톨릭 운동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가톨릭 정신을 충분히 터득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둘째로 가톨릭 회합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먼저 가톨릭 정신을 연구해야 한다. 이것은 성경 연구로서 시작된다. 성경 연구가 없는 가톨릭 회합이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기인하는 것이다. 모일 때마다 몇분 간의 성경 독서를 해보라. 반드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일단 성경 연구를 마치고서 일반적인 문제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도 많은 회합들이 성경 연구를 소홀히 하며 인간 지식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반드시 수정이 따라야 하겠다. 그리고 또 성경 연구는 재미가 없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지만 재미없다고 본질적인 작업을 소홀히 해서야 되겠는가?
셋째로 가톨릭 회합이 행사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으나 행사 이전에 어떻게 봉사할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 가톨릭 회합은 봉사하기 위해 모인 단체라고 규정해도 좋을 것 같다.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봉사하기 위해서 왔지 봉사 받으려 오시지 않았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우리 한국 사회에 결핍돼 있는 정신도 바로 봉사정신이다. 가톨릭을 비가톨릭과 구별할 수 있는 것 역시 봉사정신이다. 이것은 단체생활에도 전적으로 적용된다. 가톨릭 회합이 일반 회합화 되는 과정도 봉사정신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월례회나 회장 선거 때만 나타나고 봉사하는 일에 결석을 상습으로 삼는다면 가톨릭으로서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봉사는 금전이나 물품을 희사함으로서 그칠 것이 아니라 자기 시간을 할애하는 봉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넷째로 가톨릭 회합의 회원 각자가 가져야 할 태도는 회가 나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찾지 말고 내가 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할 줄 믿는다.
한국 가톨릭의 장래와 운명은 올바른 가톨릭 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으며 따라서 각 가톨릭 회합에 큰 기대를 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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