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독 자살 기도자의 생태 보고서가 발표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성모병원「자살예방센타」에 모인 2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그 70%가 20~30대란 것이다. 생활 수준이 하층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고 반 이상이 무종교로 나타나고 있다.▲물론 이런 조사는 외적인 양태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동기의 분석이나 고찰이 피상적이라는 한계를 넘을 순 없다. 몇 종류의「그룹」으로 나누어 그 개괄적 성격을 알아보는 것만으론 죽음과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그 개성대로 각각 파악해 보긴 어려운 것이다.▲그러나 심리적인 측면으로 봐서 자살의 동기는 대충 두어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현실적 욕구 불만과 좌절감에 시달리다 못해 취하는 산화 내지 해당욕의 형태다. 이것은 대체로 단순하고 직정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대개의 자살자가 여기 속한다. 생활고나 실연 등등이다. 둘째로는 보다 의식구조가 복잡한 사람들이 취하는「자기 처벌」의 형태가 있다. 자신에 대한 구역과 혐오가 결과적으로 생이나 이웃이나 하느님을 온통 부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엔 이타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다. 혼미와 분산과 교만의 극에 가 있는, 소위 신경증적 인텔리 질병이다.▲이거건 저거건, 발기발기 짓찟기는 심상을 겪는다는 건 공통된다.「신곡」의 지옥편 중「자살자의 숲」을 다룬 장 속에 나타나는「갇혀 있는 넋」이나「상처 받은 넋」같은 표현도 그것을 얘기한다. 자아라는 감옥에서 한 발짝도 나와 보지 못한 자들의 자기 증오가 처절하도록 아우성 치고 있는 것이다.▲구체적 예방책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소득 증가, 극약 강력 단속 같은 것만으로 맞서볼 수 있는 문젤까. 인간이 거하는 모든 국면에 본질적인 질서가 확립되지 않는 한 근본적 예방책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오직 하느님과 우주로 향한 궁극적 긍정의 양육뿐이다. 요컨대 살면서 고뇌하고 살면서 해결하겠다는 진지함을 의식적으로 심어가는 작업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거기 임하는 인간 쪽의 자세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며 살아갈 일이다. 그것만이 모든 문제에 대결할 수 있는 우리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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