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악성 베토벤이「라인」강변「번」에서 출생한 지 2백 돌을 맞는 해이다. 그의 본고장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서울에서도 이를 기념하기위한 특별 프로의 연구회가 여러 차례 마련되고 있다. 베토벤만큼 우리에게 알려진 음악가도 없고 또 그만큼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도 드물 것이다. 이는 그가 위대한 음악가였다는 데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고상하고도 거인다운 아니 영웅다운 인품에서 오는 것이 더한지도 모른다. 그는 이미 30세에 청각에 장애를 받아 외계의 소리를 잘 들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작곡가로서 치명적인 타격이 아닐 수 없었지만 끝끝내 잘 극복하여 불멸의 대작을 후세에 많이 남기기까지 하였다. 그는 한 사나이로서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구했다. 그러나 존경하는 여성은 많았어도 그의 사랑을 참되이 받아 주는 이가 없이 평생 독신으로 쓸쓸히 지내야만 했다.
그는 또 조카를 자식과 같이 사랑하고 키웠지만 악에 기울어진 이 젊은이는 위로는 고사하고 오히려 큰 쓰라림만 그에게 안겨 주었을 뿐이다.
이러한 고독과 역경 중에서 그의 마음은 하느님께로 오르려 했고 하느님 안에서 세상을 속속들이 파보는 종교성(宗敎性) 짙은 작곡가로서 완숙해 간 것이다. 그의 음악은 청각을 부드럽게 해 주는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고독과 고뇌를 어떻게 이길 것인지 또 그보람이 어떠한 것인지를 음율로서 가르쳐 주는 흐뭇한 교훈이기도 하다. 그는 1819년 이렇게 말했다.
『착하고 고상하게 행동하는 인간은 다만 이 사실만으로써 불행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실증하고 싶다』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 존속하는 한 고통을 견디어야 할 인생이 이 세상에 생존하는 한 베토벤은 다정한 친구로써 고마운 스승으로서 깊이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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