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 구주 오셨네/만백성 맞으라/온교회 찬송 우렁차게 부르니/그 소리 높도다/그 소리 높도다/그 노래소리가 높도다』
구세주탄생의 기쁜 노래 소리가 온누리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성탄대축일을 맞게 되었다. 금년의 성탄절은 무엇보다 80년대의 마지막 성탄절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해보다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다.
80년대는 흔히 대격변의 시기라고들 한다. 80년대를 결산하는 금년한해에 그것도 하반기에 일어난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80년대 최대 이슈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구공산국가들의 개혁과 자유화물결 그리고 냉전체제의 종식을 목표로「얄타에서 몰타까지」란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미ㆍ소정상이 가진 역사적인 회동역시 80년대 최대 이슈들 중 하나였다.
바로 이 미ㆍ소정상간의 만남 전에 바티깐에서 이루어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과의 만남은 교회사적으로도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황과 소련국가의 대표가 72년 만에 다시 가지게 된 이 만남은 비록 소년 측의 의도가 교회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하더라도 흔히「철의 장막」이니「죽의 장막」으로 불려져 온 공산국가들에 신앙의 자유가 허용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이처럼 80년대 말 곧 금년도에 우리의 눈앞에서 전개된 세계의 움직임은 그 실속을 차지하고 겉으로는 참으로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극적이고 희망적인 사건들을 접하면서 우리는 공산주의자들의 회개가 일어나고 있다고 다소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도 했으며 이런 움직임으로 유추해볼 때 북한의 개방도 머지않았다는 추측도 하게 되었다.
세계사의 이 같은 변화와 흐름 속에서 맞게 된 금년 성탄절은 어쩌면 그만큼 기다려졌고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뜻 깊은 성탄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공산주의자들의 회개나 냉전체제의 종식 등은 구세주의 개입이나 관여 없이 전적으로 인간의 힘에 의해서는 성사 될 수 없는 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다시 오신 구세주는 바로 이 세계의 주재자로서 인류에게 평화와 자유와 희망을 안겨주시러 오신 것이 틀림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처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신앙인 개개인과 교회공동체와 그리고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이 땅의 상황은 과연 구세주의 탄생을 기쁘게 맞이할 만큼 준비되고 마련돼 있는가? 성탄은 우리와 이 나라 이민족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우리는 성탄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알고 있다.
그분의 재림은 그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는 것 곧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주는 나눔의 실천이다. 언제 어디서나 그 회수와 장소 등은 가리지 않고 나눔이 필요한 곳에 자신을 송두리째 내놓는 것이 곧 매년 거듭되는 성탄의 참된 의미일 것이다.
우리가 나눔의 상징으로서 매년 재림하시는 구세주를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각자도 나누는 사람들이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가 나누지 않으면서 나눔을 앉아서 받고만 있다면 그것은 염치없는 행동이다.
다행스럽게도 과거 늘 받아만 오던 우리교회도 80년대 초부터는 나누는 교회、 베푸는 교회로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나눔의 교회모습은 한국 교회사상 최초로 거행된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를 전후로 전국차원에서 벌인「한마음 한몸 운동」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90년대부터는 보다 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이며 폭넓게 전개돼야 할 것이다.
나눔은 물론 물질적인 것에 한정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물질보다 더 중요하게 때로는 더 급하게 나누어야할 것이 진리와 사랑과 생명의 나눔이다. 우리 교회의 나눔이 금년에 다시 오신 구세주처럼 생명까지도 기꺼이 내줄 수 있는데 까지 이어지고 승화되지 못한다면 그 나눔은 진정한 나눔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참된 나눔이 있다면 이 시대 최대의 난제들인 5공 비리 청산이나 지역감정문제、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 간의 위화감이나 소외감을 앞당겨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 후반 언론자유를 포함한 민주화의 강한 물결로 타인의 잘못 이나 비행을 들추어내고 고발하는 일은 예사롭게 된 반면 자신의 허물이나 비리는 은폐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조도 우리 사회에 참된 나눔이 없었다는데 그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이점은 정치지도자들뿐 아니라 우리 교회의 지도층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깊이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줄 안다.
참된 나눔의 솔선수범과 더불어 우리 교회가 80년대의 폐막과 함께 마감해야 할 것은 부와 교만과 독선의 허울을 벗어던지는 일이다. 그래서 교회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한다. 적어도 교회본래의 모습은 겸손하고 가난하며 봉사하는 자세를 간직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교회가 80년대의 못된 악습들을 말끔히 벗어던지고 90년대의 새 옷으로 갈아입지 못한다면 한국교회의 내일에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90년대의 새로운 태어남을 위해 80년대의 마지막 성탄은 참으로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올해、 80년대 마지막으로 다시 새롭게 태어나신 예수아기는 우리들 각자에게、 그리고 한국교회에 무엇을 말씀하고 계시는지 모두가 귀 기울여 봐야할 것이다.
『구유에 누위 계시니/만물내신 구세주예수/구유에 누워계시니/다함께 찬송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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