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조가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고 만조백관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을 때, 왕사 무학도 곁에서 즐거이 향연하고 있었다. 임금님은 대사에게『오늘 밤만은 흉허물 없이 놀아 봅시다』하고 말하자 아무 영문도 모르고 대사는 OK했다.『오늘 자세히 대사의 얼굴을 보니 꼭 돼지 같이 생겼구려』하며 껄걸 웃자 임금님의 해학에 만좌가 한바탕 웃었다.『소승이 뵈옵기에 대왕께서는 꼭 부처님을 닮으셨나이다.』그러나 태조는 이상하다는 듯이『아니! 나는 대사를 돼지에게 비겼거늘 어찌하여 나를 부처님에게 비긴단 말이요. 오늘만은 어떤 욕을 하여도 무관하다 하지 않았소!』무학대사는 웃으며『그것은 대왕께서 모르시는 말씀이외다. 세상만물이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다 부처님 같아만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다 돼지 같아만 보이는 것이외다』임금님은 말할 것도 없고 왕후 신하들은 또 한바탕 웃으며 대사의 놀라운 기지를 감탄해마지 않았단다.
오늘날의 신경질적 소용돌이의 근원은 사랑이 본연의 사람됨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가고 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싶어하는 전형적인 인간상을 흘러간 인물 가운데서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황금이나 권력의 위장도 아니고 재질이나 개성도 아니니 그 이전의 인간다움을 발견해야 하겠고 또 그「님」을「님」답게 볼 줄도 아는 눈을 현대인들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눈과 귀 입…마음을 닮는 것이 크리스찬 생활의 이상이요 전부일 텐데 이웃 형제들이 과연 나에게서 성직자에게서 신자들에게서 예수님을 닮은 모습을 어느 정도나 발견하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는 아마 스스로 회개하는 나날을 보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또다른 이에게는 회개할 여유를 주기 위해 용서하는 생활을 거듭해야 하는가 보다.
특히 현대인이 필요로 하는 전형적인 사상을 예수님한테서 찾을 수밖에 없으니 아무도 자칭『나를 따르라』고 권위 있게 말한 분이 없기 때문이다.『너희들의 스승은 하나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너희 선생은 하나이시니 곧 그리스도이니라』(마테오 23,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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