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6. 25 다음 주일은「침묵의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올해는 6월 28일이 될 것입니다. 보통 우리들은「6·25 사변」이라고 부르지만 세계사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는 대규모의 비참한「전쟁」이었으며 그때 뿌려진 불행의 씨가 20년이 지난 오늘날 아직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현재 그들은 또다시 더 큰 침약전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므로 우리는 이날 하루만을 무슨 기념일처럼 지내기보다는 일 년 내내 우리들의 모든 기도를 여기에 집중시켜야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침묵의 교회」라는 것은 주로 정치인 이유로 해서 교회가 지상에서 활동하는 것이 억압되고 침묵을 강요 당하고 있는 지역이나 국가를 위해서 생긴 말이며 구체적으로는 공산주의 정권에 짓밟히고 있는「교회」을 뜻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침묵」이라는 것은 교회의 본질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일시적으로 외적으로 처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의「교회」를 셋으로 구분해서「전투의 교회」「통고의 교회」「승리의 교회」라고 하는 전통적인 개념에 비추어 본다면「침묵의 교회」라는 것은「전투의 교회」가 지상에서 처해 있는 하나의 양상을 말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침묵」은「전투」의 하나의 모습이며 하나의 수단입니다. 그러나 대단히 어려운 수단입니다. 참으로 영웅적인 용기가 요구되는 전투입니다. 그러므로 자유 속에서 전투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침묵의 전투」를 도와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의무를 완송하고 이 전투를 승리에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이 무엇인가를 잠시로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적은 마귀(惡魔)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우군과 무기가 무엇이며 그 승리도 무엇인가를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상대적인 싸움에서는 상대적인 승리를 얻고 절대적인 싸움에서는 절대적인 승리를 얻을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가 얼마나 순수한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현대사회의 타락은 이 무기의 타락이며 교회도 알고 모르는 사이에 현대의 불순한 무기에 말려들어 전투력이 순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것은「침묵의 교회」의 범위가 어디까지냐 하는 것입니다. 세계는 지금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으로 양분된 것이라고 본다면 세계의 반은「침묵의 교회」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눈에 보이는「침묵」, 다시 말해서 강요 당한 외적인「침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침묵」, 타의에 의한「침묵」이 아니라 자발적인「침묵」이 아닌가 합니다.
이것은 신앙을 상실한 교우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는 과거의 어느 시대보다도 인유가 지상의 생활에만 몰두하려는 시대라고 생각되며 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고도의 수단과 방법을 소유하고 있는 시대라고 하겠습니다.
이 고도로 정밀하게 세연된 현대의 수단은 모두가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서「침묵」을 명하고 있습니다. 현대인은 이 명령에 대해서 참으로 무력한 상태에 있습니다.
강요한「침묵」은 하나의「전투 모식」이지만 자유 속의「침묵」은「전투포기」또는「항복」이라고 하겠습니다. 세상의 것을 위해서 천왕의 것을 양보하는 정도에 따라서 우리는 누구나 이「침묵」에 가당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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