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한 것을 원하고 안이한 생활을 바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군대 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군종신부이건 후방 근무에 대한 청탁을 받아 보지 않은 신부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신자는 같은 부대 안에서도 휴가를 자주 갈 수 있는 자리로 옮겨 달라고 청을 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러한 청을 들을 때 구슬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신자 장병들을 편한 자리로 골라 이동시켜 주기 위하여 군복을 입은 군종신부가 아닌데 이러한 목적으로 군종신부를 상대해 오는 신자가 가끔 있기 때문입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누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을 일방적으로 도외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참다운 사랑의 표현으로 군복무 중인 자식들을 생각하고 도와 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그립습니다. 물론 모든 신자들이 이러한 옳지 않은 청탁을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에는 참으로 존경할 만한 신자들의 방문을 맞아들일 때도 있습니다. 자기 자식의 신앙적인 지도를 각별히 부탁을 하다가 가정과 군종신부와의 연합전선을 구상하면서 진지하게 의논하는 때가 있습니다. 흐뭇한 감격을 느끼면서, 이럴 때 나는 서슴치 않고 그 부모에게 금전을 얼마큼 요청하면서 각종 종교 서적을 사 보내겠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군종신부의 보람을 조금이라도 느끼면서 최대의 성의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군복을 입은 사명감을 가지면서 그 신자 장병과의 직접 간접의 연결을 통하여 그 주위의 외교인 장병들에게까지 참다운 군복무 자세와 가톨릭 사상을 전파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리기도 합니다. 군복무 중인 신자 장병들의 정신 자세를 논의하기 이전에 자식을 군에 보낸 신자 부모들의 정신 자세부터 바로 가져야 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앙과 도덕 면의 지도를 위한 보람된 청탁을 거절하는 군종신부는 없기에 나는 가끔 이런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도 곧잘 합니다.『군종신부들을 최대로 애용하여 주시되 교회를 위하고 국가를 위한 일에 보람된 효과가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라며 군종신부들의 활동을 뒷받침하여 좋은 결실이 맺어지도록 협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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