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투스가「로마」집정관으로 있을 때였다. 그의 두 아들이 요새 말하는 소위 반정부 쿠데타 음모에 가담했었다가 사전에 탄로되고 만 일이 있었다. 브루투스는 다른 음모자들과 함께「포룸」에 꿇어앉아 있는 그들을 내려다보면서『그래 티루스, 그래 티베리우스, 왜 사명의 말이 없지?』하며 세 번이나 거퍼 묻는다.그래도 아무 대답이 없자 그는 형리를 돌아보면서『내 질문은 끝났으니 너희들의 직분을 다하라!』고 명령한다.▲집정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형리들은 달려들어 두 청년의 옷을 찢어 벗기고 손을 뒤로 묶어 매질을 시작한다. 차마 바로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벌어진다. 그러나 브루투스는 얼굴도 돌리지 않고 동요를 느끼는 표정도 없이 한 눈으로 꼿꼿이 쏘아본다.
마침내 아들들이 땅에 쓰러져 도끼에 머리가 잘리기까지 시종일관 꼼짝도 않고 남아 있었다. 이윽고 다른 범인들의 차례가 오자 동료 집정관에게 그들을 일임한 뒤 그제야 천천히「포룸」을 떠난다. ▲국법을 지킨다는 것은 이따금 이렇듯 잔혹할 만큼 비장한 그 무엇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사이도 편파심도 없다.
후세의 로마인들이「로마」시를 창건한 로무루스보다 법을 그토록 공고히 지킨 브루투스 쪽을 더 거룩한 사람으로 칭송하곤 하는 것도 바로 그때문일 것이다▲물론 브루투스의 그런 태도는 전적으로 숭배만 할 성질은 못 될런지 모른다. 유감 때문이었는지 어떤 오기 때문이었는지 타자로선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적어도」라는 게 있다. 비단 그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그는 범법자에 관한 한 엄중을 양보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이다. ▲겸직 운운으로 우리네 선양들은 지금 한창 일진일퇴의 숨가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판이다. 민주주의의 핵이 무엇인지 법치국가가 무엇인지를 한 번이나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다. 법을 만든다는 선양들의 양식이 그러할진대 여타 다른 동네야『물어 무삼하리요』-떡 주무르듯 법도 마구 주물러댈 수 있다고 생각는 이 땅의 정치 풍토! 그 꽤나 뿌리 깊어진 독소의 위세가 새삼 우리를 질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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