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인 또는 성녀라고 존경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생존했을 때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때가 있습니다. 그들도 인간이었으니까 우리와 꼭 같은 약점을 가지고 있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같은 세속의 흉악한 것을 알고 있었을까 혹은 세속에 대해서는 무지의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성인 성녀가 되었을까 하는 점에 대해서 의심을 품어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회의는 그다지 오래 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악령의 자리는 인간의 령혼 속에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가시 철망을 친 수도원 깊은 곳이라도 마귀의 출입은 자유로운 것입니다.
사실인즉 그들은 마귀의 시련을 통해서 승리를 거두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마귀와 많이 싸웠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슬기롭고 현명한 인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고열 속에서도 깨지지 않는 그릇이 있습니다. 그것은 반드시 고열 속에서 구워낸 그릇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뜨거운 눈물 없이는 성인도 성녀도 구워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어느 제왕도 어느 학생도 어느 예술가도 어느 죄수도 그보다 더 뜨거운 눈물은 흘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천주께서는 무슨 까닭에 이 세상에서 마귀에게 이러한 자유를 주시는지 이것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짐작되는 것은「가난한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어느 비오는 날 대단히 무거운 짐을 실은 트럭이 진창에 빠진 것을 끄집어내려고 무진 고생하는 것을 보다가 인간의「영혼의 무게」라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있습니다. 확실히 우리 령혼은 저것보다 더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 트럭은 적당한 장비를 가지면 구해낼 수가 있고 또 고속도로에 놓여지면 시속 100km 이상을 달리겠지만 인간의 령혼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만일에 인간의 영혼에다 기중기를 댄다던가 견인차를 이용하려고 한다면 대단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현대는 이처럼 대단히 어리석은 시대입니다. 그래서 현대인의 영혼은 더더욱 무거워지는 것입니다.「가난한 마음」은 모든 종교적인 것의 핵심입니다.「가난한 마음」이 없으면 종교도 없고 신앙도 없습니다. 가난한 것을 모르는 마음은 천주께서도 움지이지 못하는 무거운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무게는 결국 영혼의 무게였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가난한 것」과「비참한 것」은 다른 것이라고 훌륭한 여러 선배들이 구별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가난한 마음」은 일찍이 다위 성왕이 퉁회할 때 가졌던 마음입니다.
가난한 마음들은 원마가 가장 두려워하는 마음입니다.
가득 찬 마음은 세속의 마음입니다.「가득 찬 마음」가장 비종교적인 마음입니다. 천주께서 가장 싫어하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마음이 가득 차 있을 때 위선자 또는 우선자라고 합니다. 그러나「가난한 마음」에는 척도가 없기 때문에 아무도 이에 대해서 방심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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