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사회 참여활동 중 가장 조직적이요 효과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하계 농촌 봉사대에 대하여는 그동안 찬반양론으로 비판적인 구설도 많았으나 본란은 언제나 찬성의 편에서 이 봉사활동을 보아왔던 것이다.
문교 당국도 금년에는 과거의 업적과 폐단 등 실정을 예의검토한 것을 토대로 많은 점에 새로운 운영 지침을 마련하여 전국으로 조직적인 지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과거에는 봉사활동 대상 농촌이나 도서 등을 학생들의 선택에만 일임했던 관계로 동일 지역에 수 개 대학의 봉사대가 집중되는 폐단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문교부의 지침에 의하면 종합대학은 2개 군, 단대는 1개 군으로 그 선택의 한계를 정하고 중복되는 일이 없도록 사전 조정을 했고 둘째로는 봉사대를 엄선하여 일시적인 충동과 관광 유람이나「캠핑」등과 혼동한 학생「서클」을 배제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엄선된 봉사대에 대하여는 예산의 보조도 약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본란은 문교부의 이러한 봉사대 육성 지도책에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촉구하면서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해 두는 바이다. 선정된 농촌을 해마다 바꿀 것이 아니라 혁명 직후에 유행했던 자매촌 결연을 부활시켜 동일지역에는 동일한 서클로 항구적이요 계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할 것이며 그 봉사대 활동에 참여 헌신하는 학생들 뒤에는 당해 대학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는 점이다. 지역사회 개발은 인간 개발, 인간의 총체적이며 조화된 발전에서 시작하며 경제적 성장도 인간 발전이 그 토대가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봉사대 활동이 농번기에 노동력 원조, 기술 지도, 계몽, 위안 등등 많은 협조를 할 수 있음을 부인할 생각은 없으나 이런 것들은 다 일시적이요 순간적인 결과밖엔 거두지 못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의 근본정신은 인간의 연대책임의 재인식, 인간의 일치, 형제애의 구현 등에 있다는 것을 확신해야 하겠고 또 이 근본정신이 살아 있어야 봉사활동의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여름철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형제의 관계라 할 수 없다.
진정한 형제의 결연은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항상 마음이 거기에 가 있고 그 형제는 항상 내 안에 살아 있어 나와 생활을 같이하는 법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일 년에 한 번 도시의 학생들이 후조처럼 왔다가 떠나버리는 식의 봉사대 활동은 아무 의의가 없을 것이매 우리는 지속적인 형제애의 발현을 위하여 자매결연으로 대학과 농촌, 서클과 농촌의 항구적이고 형제로운 결합을 주장한다.
소위 보조금이라는 것도 그러하다 문교부의 보조금이 나오면 또 많이 나오면 봉사대로 가고 그렇지 않으면 가지않는다는 학생들의 태도라면 학생봉사대가 과연 무엇인지 알수없게 된다. 학생활동을 위하여 문교부나 기타 단체가 적극원조하는 일은 바람직한 일이다. 더구나 의과대학의 무의촌 진료에 있어서는 막대한 의약품등 많은 원조가 요망된다. 그러나「돈」을 주면 가고 그렇지 않으면 못간다면 학생들은 노동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하계봉사활동을 위하여 또 내가 생각는 농촌의 형제들을 위하여 일년동안 내 생활의 일부를 희생하여 그 비용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하계 방학이되어 시간이 날 때 농촌의 형제를 가보지 않고는 못견디는 사랑이 있어야 할진대 어찌 아무곳에나 농촌에 다녀왔다고 해서 봉사활동이 되겠느냐 말이다.
더구나 나의 약간의, 그나마 내 마음 내키는 활동으로 봉사를 일방적으로 들이밀 때 농촌의 착한 형제들의 마음에『오히려 오지 않아 주었으면』하는 생각이 움트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끝으로 봉사대 활동은 학생이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못지 않게 받는 것도 많다는 것과 그 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의 마음가짐의 몇 가지를 지적해 둔다.
JOC의 탁월한 지도자 가르다인 신부님에 따라「본다」「판단한다」「실행한다」를 인생을 사는 현대적인 윤리의 표현이라고 한다면 농촌 봉사의 이번 기회야말로 학생들에게 꼭 권장하고 싶은 교육적인 절호의 기회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교육은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만 이루어진다고 보아 왔기 때문에 하계 봉사대의 활동이 비록 순수한 학생활동이라고는 하지마는 반드시 지도교수를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수 또한 학생들과 생활을 같이 함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며 참다운 교육자의 태도로 학생들을 보살펴 주고 특히「판단」에 있어 조언해 주어야 하겠다.
학생들은 농촌에 봉사하러 간다. 봉사는 헌신하는 것이요 희생하는 것이다.
결코 지도하러 가는 것도 더구나 노예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우위에 서서 농촌의 형제들을 가르쳐 준다는 생각은 만만코 버려야 할 것이며 나를 필요로 하는 형제에게 나를 헌신한다는 마음과 몸가짐으로 봉사대에 임해 줄 것을 특히 당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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