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6일의 석간신문들에 보도된 미국의 농산물 금수(禁輸) 조치에 관한 기사는 잇따른 달러파동보다 훨씬 실감있는 충격을 세계 구석구석에까지 파급시켰으리라는 나의 상상에 잠시나마 날개를 돋치게 했다.
『지난 6월27일의 대두 및 면실유 금수조치에 이어 7월5일 농산물 금수를 식용유 동물성지방 단백질사료 사료곡물 땅콩 등 41개품목으로 대폭 확대시켰다』는 이 비상조치의 이유를 덴트상무표관이 「국내식품 가격의 앙등과 식품부족을 막기위한 것」이라고 밝힌데 대한 나의 직감은 「부(富)의 환멸」바로 그것이었다. 부(富)의 식상(食傷)소동이 아니냐는 풍자감도 없지 않았지만 나는 미국이 창출한 『풍요한 사회의 소비의 미덕』이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직감에 약간의 흥분을 느껴야만 했다.
세계 최대 최고의 자원국이자 공업왕국이면서 「세계의 곡창」까지 홀로 부담해 오다시피한 그 부(富)의 본산(本山)에 이변이 생겼다면 그 이변의 성분은 어떤것일까. 그 내정(內情)은 여하간, 미국시민들의 식탁에서 자양(滋養)과 풍미의 전통이 기울여질 기미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곧 세계의 식량기근을 예고해주는 이른바 「식량안보」에의 적신호가 될 것이 틀림없다. 식량안보에의 경고-라고 하면 관습적으로는 좀 부자연한 어구로 느껴질지 모르나 군사용어로서만 실감해온 「안보」의 개념이 식탁방위체제에로 이동해가는 전환기에 처해있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는 기회가 미국농산물 금수조치에서 비로소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 공감을 갖는 것은 오늘의 세계속에 생활하는 현대시민의 감각이 그 정도로 예민함을 뜻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솔직하게 사실 그대로 말한다면 미국정부가 결정한 고철에서부터 땅콩에 이르기까지의 국외유출방지는 세계자원전쟁에의 선전포고에 해당한다. 그래서 미국의 식량을 포함한 새 물자(자원) 안보체제확립을 위한 과도조치라는 평가가 타당성을 갖게된다.
특정 농산물금수가 불가피해진 그 내정은 여기서 살펴볼 공간이 전혀 없기에 겉으로 나타난 뉴스의 측면에 만근거해서 좀 더 얘기를 진행시켜 보기로 한다.
미국의 농산물 금수조치는 「북미합중국의 에고이즘」을 그대로 반중해준 셈이지만 반면 이 금수조치를 계기로해서 새로운 또 다른 하나의 놀라운 사실을 발견케했다.
냉전구조의 원형인 자유진영의 집단방위체제가 미국의 핵우산(核雨傘)밑에서 안전을 보장해왔다는 그 이데올로기적 신념이 어쩌면 착각이 아니던가 하는 회의의「어필」이다.
왜냐하면 실은 미국의 잉여농산물이 전후세계의 기근을 구제하는 주역을 맡아왔다는 史實의 확인이 7월5일의 미농산물 금수조치에서 재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의 발견(認識)은 자유세계의 안보체제가 미국의 「핵우산」에 의해서 보장돼 왔다기보다는 「미국의 식량우산」 밑에서 질서 잡혀왔다는 증언이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이라는 논리에 공감을 갖게했다.
미국의 곡창에 무기한 자물쇠가 걸려지게 된다면 양곡수급이 여의치 못한 나라나 지역의 주민들은 그들 자신의 자유의 안보를 위해서 「대포보다는 식량을-」하는 절규를 미국의 하늘에 메아리치게 할것이다.
역시 「농자(農者)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었던가. 풍요의 본산인 미국이나 농자대본(農者大本)의 나라인 한국이나 어쩌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같이 「식탁안보」에 신경과민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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