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전하는 주요 수단이다. 많은 말을 통해서 사상을 전달하고 공감을 얻어 정신적 내지 인격적 일치를 이루게 된다. 또한 말은 듣는 상대와 직접 소통이 되는 보다 직접적인 인격 접촉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글에 비해 시간과 공간의 큰 제약을 받는 단점이 있다. 또 말은 상대방의 들어 줄 자세 여하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고 도중에 그칠 수도 있는가 하면 글은 특히 신문 잡지에 실리는 글일수록 읽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전하는 편이 된다. 훌륭한 글일수록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공감을 얻게 되니 보급되는 면에서 볼 때 그「매스콤」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사상 전달의 수단이건만 낭비로서 그치는 글이 또한 적지 않으리라 생각이 든다. 좋은 열매를 얻기까지는 많은 꽃의 낭비를 자연은 허락하고 있다.
하나의 사상을 전해 공감을 얻기까지도 많은 말의 낭비를 계산해 넣어야만 하듯이 글의 낭비도 당연히 따를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이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 와서는 너무한 것 같으니 말이다. 말은 하다가도 통할 기미가 안 보이면 그치면 그만이겠지만 읽어 주기를 바라는 말(글)들이 읽어 주지 않기 때문에 낭비로서 그치게 된다면 그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방적인 대화가 하는 이나 듣는 이에게 괴롭듯이 일방적인 글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하기보다 잘 들어 줌으로써 말의 낭비를 가져오기 전에 우정과 일치의 결실을 보다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것처럼 보급율이 큰 글을 보다 많이 읽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겠다고 생각된다. 삶의『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되는 교회의 글이 많이 읽혀지면 읽혀질수록『하느님의 자녀들』이 많아지고 형제들의 마음의 일치도 촉진될 것이다.
말로써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지는 불신시대에 글의 수단을 통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글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주어야 하겠다. 사람의 말(글)을 잘 들어 주는 훈련을 통해서만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게 되어 영생의 결실을 맺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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