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2백여 명에 달하는 나병 환자들이 수용돼 있는 소록도. 고흥반도의 한 낙도인 이 소록도는 이미 50여년 전부터 나병 환자 요양소로 지정되어 수많은 (국립 의료기관에 정식으로 등록된 나환자만도 약 8만 명이다) 사람들의 제2고향처럼 되어 버렸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중증의 환자나 불구자들과 섞여 어언 15년을 여기서 살아왔다는 할머니도 있고 보면 누구에게나 그 비참함과 혈육 그리운 정이야 뼛골 아픈 사무침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곳의 종교 현황, 특히 가톨릭 나환자들의 생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신자가 과연 몇 사람이나 될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현재 소록도에는 가톨릭 신자인 환자가 7백 명, 프로테스탄트 신자가 2천여 명이나 된다. 사제 두 분 수녀 두 분, 그리고 오지리의 성 다미안 회원인 간호원이 다섯, 벨기서 파견된 나병 전문 의사 두 분, 또 프로테스탄트 목사 두 분이 명실공히 순교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생명을 내걸고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예산이 빈약하기 때문에 이 나환자들의 생활과 치료를 해외 독지가들의 자선심에 상당량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 한다. 특히 이곳에 와 있는 두 분의 사제도 외국인들이고 간호원들도 외국인이 많은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형제애를 입으로 떠들면서도 아직도 외국인의 자선심이나 바라는 신앙의 후진성이 비단 여기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읽을래야 읽을거리가 없다는 환자 회장들의 호소를 꼭히 들어 보지 않더라도 교회 서적이나 각종 교회 정기 간행물들은 너무도 희귀하다. 얼마나 창피한가! 다른 외인들처럼 그들을 더러워하고 괄시하지 않는다는 입증을 보여 줄 수 있는 신자들이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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