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곳에서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의 사랑받는 사람들에게 평화!』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하면서 천사들이 부른 환희와 찬미의 노래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하늘에는 하느님께 무한한 영광이며 지상에는 마음이 착한 이들에게 기쁨과 평화와 사랑이 내렸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이 기다리던 구세주의 탄생 시기는 아우구스도 황제의 전성시대였다. 로마황제의 세력은 온땅을 지배하였었고 그의 지배하에 세상엔 평화가 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평화의 제증을 건축하였었다. 로마 황제는 지상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평화의 대제단을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상황 속에서 구세주 그리스도는 탄생하셨다. 고요한 밤 베들레헴 동굴 안에서 그리스도가 누워 계신 구유는 참평화의 제단인 것이다. 예수님이 누워계신 이 구유는 대리석도 아니고 황금으로 만든 것도 아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구유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구유에 하느님 아들이 구세주로 탄생하셨고 이 예수님이 온 인류에게 구원과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서 양팔을 들고 많은 방문객을 맞이하셨다.
여기에 참 기쁨과 평화와 사랑이 깃들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인간의 교만심은 수치감으로 얼굴이 붉어질 것이며 인간의 죄악은 사랑의 대양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것이다.
레오 성인은 그의 유명한 설교에서 『우리 구세주의 탄일은 평화의 탄일이다』라고 말하였고, 암브로시오 성인은 『구세주의 탄생은 바로 평화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의 사랑받는 사람들에게 평화!』
인간이 서로 생존 경쟁하는 마당에 생명과 죽음 사이에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에 중개자로서 그리스도는 이 세상에 탄생하셨다.『세상이 깊은 침묵 속에 쉬고, 밤은 깊어 고요할 때, 전능하신 당신의 말씀인 주님은 하늘의 왕좌를 이 땅에 마련하셨다』(지서18ㆍ14)
인간의 권세는 소란하게 드러나며 하느님의 전능은 평화 속에 고요히 내리신다. 로마군대가 천지를 진동하면서 소란하게 유대나라를 점령한데 비해서 인류를 구원하고 이 땅에 기쁨과 평화와 사랑을 심으려고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은 너무나도 조용히 이 세상에 오셨다. 이로써 하느님께는 영광이 그리고 지상의 모든 착한 이들에게는 참평화가 깃들었다.
다사다난했던 1973년도 성탄축일에 예수께서는 우리 마음 안에 고요히 오셨다. 더욱이 성년에 맞이하는 성탄축일기에 우리에게는 커다란 의의가 있다. 우리는 지금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화해의 주제로 성년을 지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화해의 사도로서 그리스도를 맞이해야겠다.
인간이 자기중심의 이익만을 찾고 각자의 권리만을 추구할 때 인간에게 참평화와 화해는 있을 수 없다. 참평화와 화해를 갖다주신 그리스도께 마음을 돌려야 한다. 하느님의 아들은 모든 권세를 저버리고 오직 인간에게 참기쁨과 평화와 사랑을 심어주시기 위하여 우리에게 오셨다.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이제 우리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얻었으므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과의 평화를 누리게 되었습니다.』(로마5ㆍ1)
그러나 과연 우리는 얼마나 평화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가? 진정 우리는 마음의 평화롭게 지내고 있는가? 평화의 사도이신 그리스도 앞에서 냉정히 반성해 보아야겠다. 거룩한 성탄축일을 맞이한 우리 모두는 미움과 질투, 원망과 불평, 분열과 불목을 없애버려야겠다. 그래야만 우리 마음에 참기쁨과 평화와 사랑이 깃들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가정과 직장본당과 교구 안에 평화를 심어야겠고 더나아가서는 이 나라와 온세계에 평화와 사랑을 심어야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 모두의 사명인 것이며 이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새로운 각오를 가져야겠다.
우리가 지내는 성탄축일이 단순한 외적행사나 감정적인 축일이 되어서는 안되겠고 우리 모두가 평화와 사랑의 사도가 되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각자가 처해있는 그곳에서 쇄신해야하며 화해해야 한다. 우리 각자가 쇄신함으로써 교회가 쇄신될 것이며 이 세계는 보다나은 세계로 변할 것이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렬이 있는 곳에 일치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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