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야기가 있다. 시골을 여행하던 어느 성인이 소박한 어느 농부가 매일 짜내는 우유 중 가장 질이 좋고 신선한 우유를 항아리에 담아 하느님께 바친다고 모셔놓은 것을 보았다. 그 농부는 하느님이 밤 사이에 오셔서 그 우유를 잡수신다는 신념을 갖고있었다. 성인이 그럴리가 없다고 해도 농부는 막무가내여서 둘이 함께 밤새워 지켜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성인과 농부는 밤중에 여우가 와서 우유를 먹어치우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농부의 실망은 죽음과도 같은 절망 그것이었고 성인은 그것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해했다. 그러나 잠시 후 성인은 순간적으로 고쳐 생각지 않을 수 없는 영감을 받았다. 신이신 하느님이 그 농부의 순수한 신앙과 정성에 감복하여 여우의 모습으로 오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은 착한 농부의 순박한 신심행위에 치명적인 좌절감을 안겨주었다는 죄의식을 느꼈다. 어쩌면 영성(靈性)으로 따진다면 성인이 판정패를 당한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는 성인이기에 패한 사실을 즉시 깨달았을지도 모른다.▲한편 오ㆍ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는 인간과 인간이 교환하는 따뜻한 사랑이 눈물겹다. 가난한 남편은 아내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시계를 팔아 빗을 샀고 아내는 삼단같은 머리를 잘라 시계줄을 샀다는 줄거리 남편과 아내가 선물을 교환할 때의 그 당혹과 폐부를 찌르는 듯한 애정의 감동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정신이 고갈되어 가는 현대에 살면서 특히 참뜻을 잃어가는 성탄절에 즈음하여 다시 이 소설의 진가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하느님께 바치든 인간에게 주든 바치고 주는 물건의 질이 좋고 나쁨이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이제 성탄절이 다가옴에 따라 예년과 마찬가지로 상가의 화려한 축하카드들이 성탄기분을 점차 성탄준비에 바쁘고 여러 단체에선 국군장병들에게 보낼 선물을 모집하는가 하면 교도소와 불우아동들을 위한 사랑의 선물 준비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성탄을 대림하고 선물을 준비하면서 아쉬워해야 할 것은 「농부의 소박한 신심」과 선물에 깃들어야할 눈물겨운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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