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바오로 6세는 최근 주목할 만한 성명을 발표했다. 즉『교회는 만인의 것이며 특히 가난한 자들의 것이다. 이러한 교회상이 진실한 교회상이며 또 이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교회가 가난과 청빈을 강조하고 또한 실천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메시아의 사명이「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것이었고 이것은 다만 정신적인 빈곤에서의 구원이나 해방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라 물질적 또는 육체적인 빈곤과 기아에서의 구조와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마음이 가난한 자는 땅을 차지할 것」이라고 가르친 그리스도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서 십자가에서 운명할 때까지 머리 둘 곳도 없고 제대로 끼니를 잇지 못하는 빈곤의 일생을 보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과 역대 교황과 교역자들은 그리스도의 이 청빈을 몸소 실천하였다. 과거의 교회 특히 중세기의 교회는 비록 부분적이라 할지라도 대재벌 대지주 또는「부유한 교회」로 등장했고 이것이 부정과 부패 그리고 온갖 스캔들과 분열의 온상이 되리도 했다. 하느님을 섬겨야 할 교회가 맘몬(재물)을 섬겼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였다.
성 베드로 대성전을 짓기 위한 대사령의 공포, 몇몇 교황과 고급 성직자들의 치부와 일부 수도원의 축재로 인한 타락 등은 교회를 좀먹는 암적 존재였다.
「세계 안의 교회」와「교회의 현대화」를 내세운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무엇보다도「봉사하는 교회」「가난한 자들의 교회」를 강조하고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봉사와 가난의 생활을 실천함으로써 교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를 촉구하였다. 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하고 긴급을 요하는 과제는 전쟁의 공포와 빈곤ㆍ기아의 위협일 것이다. 현재 전 세계의 약 18억에 달하는 인구가 빈곤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각종 전염병과 질병의 만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부유한 나라들과 선진국에서는 여러 가지 국제적인 기구를 통해서 빈곤과 기아 및 질병퇴치에 협조하고 막대한 원조를 보내고 있지만 후진국의 비참한 상태는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식량ㆍ의류ㆍ약품 등을 원조해 주는 것이 고작이고 이것이 떨어지면 또다시 빈곤과 질병에 허덕이게 된다. 어떤 근본적이고 자립적인 빈곤과 질병에서의 해방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격차, 부유층과 무산계급의 공정한 분배와 사회 각 계층의 균형을 실천에 옮기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는 이것이 한낱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 실증되고 있다. 교회는 전 인류를 구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마음의 편안 영혼의 구원을 부르짖기 전에 교회는 먼저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게 입을 것과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
말로만「봉사하는 교회」「가난한 자들의 교회」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빈곤과 기아와 질병에서 해방새켜 주기 위한 체제와 기구를 갖추고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만 한다. 교황 바오로 6세가 시사한 것처럼 이를 위해서 교황청을 비롯해서 각 지방교회의 재성적인 기구와 목표 등을 대폭 개혁하고 빈곤과 그리고 질병 퇴치를 위한 전 세계적인 기구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교회가 몸소 가난을 실천하고 그 모든 사업체와 활동 안에「가난한 자들의 교회」임을 드러냈을 때 비로소 그것이 진정한 교회의 힘이요 재산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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