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신부의 피정은 항상 총회를 겸하여 실시되고 있으며 1년에 한 번 월남을 제외한 전후방 신부들이 모두 기쁜 얼굴로 모여들고 아울러 여러 가지 문제에 진지한 논의의 대화가 있게 마련이다. 해가 갈수록 군종신부들의 복무 자세와 단 본부의 운영이 차차 나아지고 있는 즐거운 현실이지만 아직도 서글픈 이야기들이 많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전후방 신부들의 숙소문제이다. 서울ㆍ대구ㆍ원주를 제외한 모든 군종신부들은 전세ㆍ하숙ㆍ심지어는 여관에까지 얼마간 머무는 실정이다. 최전방에서는 9천 원이나 1만 원짜리 초가들을 일시로 개인돈으로 사서 지내는 신부도 있다. 한마디로 철새 같은 존재들(?)이다. 어느 군종신부는 아예 영내 생활을 하는 편이 더좋다는 결론을 내리는 이도 있다. 군종신부들과 민간신부들과의 차이점이 여러 가지 있지만 이 숙소문제가 그중 큰 차이점이 될 것이다.
민간신부는 본당이라는 울타리 내에 숙소가 마련되어 있지만 군종신부는 발길 닿는 곳이 숙소가 되는 현실이다. 그것도 쉽게 얻어지는 경우는 그래도 즐거운 표정을 짓지만 거의 대부분이 따뜻한 방 하나를 얻지 못하여 몇 주간을 신경 쓰게 된다. 서글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어느 군종신부는 자기 부대와 가까운 본당에 찾아가서 본당신부와 기거를 같이할 생각으로사제관 모퉁이도 좋으니 조그마한 방을 청하자 그 즉시 거절당하였다는 보고가 단 본부에 올 때에는 본부의 신부들을 며칠 간 우울하게 만든다. 신부들의 숙소에 대한 대책을 시원스럽게 몇 달 간이라도 해결 지워 줄 수 없는 군종신부단의 사정도 괴롭지만 군종신부를 거절하는 민간신부의 태도에는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번총회 마지막 날 김수환 추기경께서 강론을 하시는 도중에 『공중에 나는 새도 깃을 쉴 보금자리가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자리가 없다』 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하실 때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적중되고 있는 군종신부들의 현실을 이해하여 주시는 고마움에서인지도 모른다. 피정을 마치고 자기 부대로 돌아가는 신부들의 뒷모습을 보고 하루 빨리 이들 신부들의 숙소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도하면서 서글픈 이야기를 앞으로는 생각지도 말고 보다 훌륭한 발전을 위하여 노력할 것을 서로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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