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신도 사도직 중앙협의회는 1967년에 있었던 제3차 세계 평신도 대회의 결의에 따라 1968년에 결성을 보게 되었다. 그 대회에 다녀온 인솔주교와 평신도 대표단의 건의로 전국 주교회의가 모든 평신도 사도직 단체의 중앙협의체를 결성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대전에서 창립총회를 가진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동안 해마다 총회를 열어 각 교구의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보고를 듣고 새로운 계획을 협의하고 당면한 주요문제를 전국 교회의에 건의하고 임원을 개선하는 등 의례적 활동이기는 하나 빠짐없이 계속하여 왔다.
물론 그동안 애로도 많았다. 우선 각 교구의 단위 조직을 정비하는데도 여러 해가 걸렸다. 우리 교회의 묵은 관례라고 할수 있는 하향식 조직에대한 반발도 있었다. 각 교구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와 전국적 평신도 액숀단체의 대표로 구성되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중앙협의회가 직접 할수 있는 사업은 제한되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 사정을 익히 알면서도 무언가 보다 큰 기대를 걸어왔던 것은 숨길수 없는 사실이다.
다행히 이번 총회는평신지도자를 위한 연수회를 겸하게 되었다고 하나 오랜 기대의 일부나마 성취될 것으로 믿어진다. 연제에 나타난대로 사회 발전에 따르는 교회의 사명, 특히 오늘의 한국교회의 시대적 소명을 밝히고 교회와 평신도 운동의 진로를 명백히하고 평신도 운동의 역사적 배명을 살펴 비판하고 교회발전을 위한 평신도의 역할을 구체적으로로 들어냄으로써 모든 평신도 사도직 단체가 지향해야 할 활동방향과 그 방법을 연구발표와 기탄없는 토론을 통하여 모색하자는데 이번 연수회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연수회가 성공적인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는 주제를 연구하여 발표하는 연사들의 올바른 식견에 기대되는 바도 크지만 전국에서 모인 평신도 대표들이 제마다 각 연제에 대한 연구를 충실히 하여 설교를 듣는 관례적 타성에서 벗어나 활기있게 토론하고 기탄없이 비판하는 자세를 갖추어야할 것으로 안다.
평신도 사도직 활동의 내용은 그르침이 없는 복음이지만 그 대상은 그르침이 많은 현실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된다. 그르치는 현실을 그르치지않는 하느님께로 이끌어가는 활동이 곧 평신도 운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의 현실에 대한 평가는 많은 토론과 비판이 거듭되어야하고 평신도 운동의 시대적 소명과 그 실천방법에 관해서도 또한 활발한 토론이 계속되어야 한다. 더구나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조직적 사도직에 있어서는 그 성패의 대부분이 모든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의식과 의견의 통합에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한 국가의 국민인 동시에 또 하느님의 백성이다. 특히 평신도는 한 가정과 국가의 일원으로서 또는 직장 기타 소속 단체의 일원으로서 현세적 생활을 통한 자연복리를 추구해야하는 동시에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초자연 복리를 추구하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여 모든 백성의 구원에 힘써야한다. 그러나 한국민으로서의 현세적 시민생활과 하느님의 백성으로서의 초자연적인 신앙생활은 서로 분리된 두개의 생활이 아니라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생활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사도직은 현세적인 것이고 특히 평신도의 사도직은 현세적 시민생활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 대상이 현세적일 뿐아니라 그 복음활동이 현세적인것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에 악이 없었던들 하느님이 당신 아들을 지상에 보내지도 아니하였을 것이고 따라서 구속사업을 위한 교회도 평신도 사도직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교회의 사도직의 대상은 어떤 모양이든 세상의 악이다. 하느님께 대한 명백한 도전이나 결함 뿐아니라 모든 불성실과 부족을 의미한다. 현재적인것 뿐아니라 미래적인 것도 포함된다. 그런데 교회는 오랫동안 하느님을 찬미하는 열성에 비하여 세상의 악을 상대하는데 방관하는사이에 현세적이어야 할 교회가 현세인의 세계에서 멀어졌고 세상의 악은 더욱 번져 교회를 밀어내다 싶이 하고있다. 이제 하느님은 「로마」를 떠나는 베드로에게 나타나심과 같이 현대교회 특히 오늘의 평신도의 마음속에 나타나신 것이다.
현세의 누룩은 현세속에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명장은 적을 알아야 한다는 것과 같이 평신도는 세상의 악을 알아야 한다. 세심한 관찰과 전문적인 연구ㆍ분석이 있어야 하고 그 복음화를 위한 대책이 연구되어야한다. 11세기 말에 일어났던 제1차 십자군의 제1진은 어느때보다 「예루살렘」의 탈환을 열망하여 분기하였지만 무장을 갖추지못한 이른바 민중십자군이었기 때문에 전멸되었다고 한다. 그 후 정치적인 목적에서 군주들이 일으킨 십자군은 그 이념과 목적이 통일되어 있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평신도 사도직의 현대적 소명은 현대를 알고 그 구석구석을 분석ㆍ평가하는데서 시작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평신도 사도직의 전문화가 요청된다. 아직도 성직자도직의 보조기능에 머물고있는 오늘의 한국 평신도는 각각의 전문적인 기능에 따라 시대적인 평신도의 고유 소명에 귀를 기울려야 할것이다. 또한 한국의 현대교회는 평신도 사도직의 전문화를 위한 교육과 인재양성에 크게 주력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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