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요즈음 「레저」나 「바캉스」란 말이 귀에 듣기에 덜 거슬리는 정도가 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여가를 즐길수 있게 되었다면 다행한 일이겠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는곳에 따라 흔히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단다. 「독일사람들은 일하기 위해서 산다」 이것은 그들의 황소같은 근면성을 말함이다. 「즐기기 위해서 산다」-프랑스인의 자구사(自救辞)다 「노는 것은 본업이고 일하는 것은 부업이다」 이것은 「놀기 위해서 산다」와 통한다고 할까 즉 이것은 이탈리아 도처에서 파업에 시달리게 되는 외국인들이 짜증을 내면서 내뱉는 말이다. 그럼 우리는 뭐라고 할까 「살기 위해서 일한다」하면 적당할것 같다. 노동은 失樂團의 인조(人祖)에게 내린 야훼 천주의 단정(斷定)이었다. 노는 것의 여지가 없는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은 일만 한다고 반드시 건설적인 것을 성취하는 것도 아니다. 「레크리에이션」의 본래의 뜻이 재창조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휴식은 새로운 창조에의 의욕과 회복을 낳게 해주는데 불가결한 것이다.
여가에서는 휴식이란 것이 고려된다. 즉 내일도 계속 살아나가자면 일시적으로 노동을 중단하여야 한다. 심신의 피로는 휴식과 음식에 의해서 회복되니까,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공해니, 인간회복이니 레저붐이니 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주휴(週休)도 없고 1일 8시간의 노동원칙도 무시하며 인간을 혹사하는 업주들이 많다. 경제성장이나 공업화는 인간부재를 낳게하는 극단으로 몰고가기 쉽다. 「싸이버네틱스」에 의한 인간의 고도의 기업화와 합리화는 일견 인간의 노동을 덜게하는듯 하면서 그러나 소설 「25시(時)」안에서 게으르기우가 묘사한 것처럼 기계에 휘말려 빠저나오지 못하는 인간을 출현케한다. 공해와 기계윤전(機械輪転)에서의 탈출과 더불어 휴식과 인간회복이 필요하다.
재생산에의 수단으로서의 휴식은 휴가 뿐만 아니라 그날 그날의 휴식도 매우 중요하다. 무더위의 때이른 상승은 문교부로 하여금 드디어 하급중급학교의 조기방학을 시달케 했다. 독일서는 수은주(水銀柱)가 어느정도 넘으면 교장의 재량으로 방과를 지시한다고 한다. 유럽 대개의 나라에서는 오(午)수 시간을 세시(時)까지 허용하고 칠시(七時)까지 집무한다. 이 얼마나 인간적이면서도 능률적인 처사가 아니랴 동양은 서양에 비해 자연과 인간의 융합은 농후하지만인간성의 의식은 그리 강렬하지 못하다.
여가 자기재발견과 회복 재창조가 되자면 강제적인 것이어서는 안된다. 말 그대로 즐기며 또 환희를 가져다 주고 존재를 부풀게 해주는 것이라야 한다. 오락이나 스포츠 취미 등 전혀 자유로운 정신의 활동은 존재의 충족에로 상승시킴으로써 인간의 전체적인 개화를 보게해준다. 이렇게보면 여가는 생(生)의 의미와 직결된다. 이것이 사회학적 개념보다 한층 더 약동적(躍動的)인 의미로 「문화」라고 불리워지는 발전이다. 『존재의 충족은 인간의 천부의 제능력의 완전한 실현이며 정신과 육체의 일치, 온전히 자유로운 정신, 신의 모상인 존재에의 불림에 대한 응답이며 육체에 의한 정신의 완전한 표현이다(알뱅)』 이러한 인간의 천부의 책임을 명확히 의식하면서 존재하고 인생의 _目標를 재확인하기 위해서도 여가는 절대불가결한 것이다. 실로레저는 자유와 책임을 이상적으로 발휘할수 있는 마당이니까.
교회는 유급휴가의 보급뿐만 아니라 여가의 선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은 명랑한 소리가 아니다. 현세의 눈물의 고해와 피안의 천당에 관해서 보다 많은 얘기를 하면서 교회는 인간다운 생활의 분해를 조장시킨다는 비리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성모축일 독서에서 예지에 관한 구절은 언제 들어도 그리스도교적 낙천주의의 자유로운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나는 야훼 앞에서 항상 놀았으며 온 천하에서 놀며 즐겼노라 나의 환희는 인간의 아들과 함께 있는 것이었느니라 (잠언 8ㆍ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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