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교리성성은 7월5일에 「교회의 신비에 관한 현대의 오류에서 정통교리를 옹호함」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본보 7월22일자 2면 참조) 이 선언문은 공의회 이후의 혼란한 교회론을 바로 잡기 위하여 그리스도의 참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사업의 정통적인 수행자인 가톨릭교회임을 강조하고 이 교회는 구원에 필요한 신앙과 도덕의 근본문제를 믿고 가르침에 있어서 성신의 도우심으로 그르침이 없음을 재천명하였다.
이 선언문이 반포된 동기를 보면 공의회 이후에 정당하게 인정된 신학 외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견해를 남용하는 사람들이 전통적 교리를 해석할 때에 지나친 논리를 펴서 교리 해석의 혼란을 초래하였고 그 결과로 전문적 신학자가 아닌 많은 신자들의 믿음을 흔들어놓기 때문에 사목책임을 지고있는 교회 당국이 경고를 발한것이다.
원래 교회의 모든 교리는 학자들의 연구의 결과가 아니고 전체 교회가 한결같이 믿고 있는 계시의 내용이며 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신학이라는 학문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말하자면 신학이 교리 발전에 보조적 역할을 하지만 결코 교리를 구성하거나 변경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교리가 신학을 지도하고 평가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일한 계시 내용에 대해서는 유일한 교리가 성립되지만 유일한 교리를 해설하는데 있어서는 인간 지성의 시대적 발전과정에 따라서나 해설자의 문화적 배경이나 사고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여러가지 설명방법이 성립될수 있기 때문에 신학은 유일하지 않고 다양할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신학적 설명이 교리의 본질적 내용을 변경시킬수 있는 논리를 전개하여 그 결과로 교회 전체가 믿는 것과 다른 결론을 인출하였다면 그런 설명을 비신학적이라고 할수 밖에 없다. 교황청의 이번 선언문도 이러한 바탕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공의회가 의도한 교회 쇄신은 오늘을 사는 인간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는데 있는만큼 현대 교회는 공의회의 기본정신에 의하여 격변하는 사회안에서도 인간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불변하는 경륜을 펴되 현대인의 사고와 언어와 감성에 호응하는 표현과 방법을 찾아내고 또 그대로 몸소 증거하고자 한다. 따라서 사목자와 신학자와 모든 신자들이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성경과 성전에 충실하고 교회의 교도권에 순종하고 신자 전체의 신앙감에 동의하고 만인에게 사랑이 증진되는 방향으로 그들의 활동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교회 쇄신을 빙자하여 교회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헐뜯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교회 역사상의 인간적 약점과 과오를 침소봉대하여 비난하고 현행제도를 무조건 매도하고 교회 지도자들에게 반항하고 유행하는 사조에 부화뇌동하여 천사가 없느니 원죄가 없느니 지옥이 없느니 떠드는 무리들일수록 그들의 생활에서 기도와 희생과 극기의 영성이 사라지고 참된 믿음과 사랑이 고갈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이번에 문제된 점만 볼지라도 2천년동안 구원사업을 계속한 교회의 무류지권(無謬之權)은 믿지 못하면서 몇몇 신학자의 무류지권을 믿는 자들의 어리석음을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의 구체적인 생활사를 보면 교인들의 약점에서 초래된 많은 하자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완전한 인간과 제도를 통하여 같은 조건의 인간들을 구원하시는 성신의 역사하심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약점과 하자와 과오를 보여줄지라도 이 교회는 정녕 우리의 영신적 어머니임에 틀림없다. 이 자모이신 교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바로 교회안에 살아계시는 성신을 흠숭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쇄신이라도 수행하려면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할 수는 없다. 따라서 교회의 과거와 현재의 상태를 검토하여 잘못된 점과 부족한점과 시대착오적인 것은 과감히 개척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개혁의 시도는 고귀한 유산을 손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하고 현재의 교회를 사랑하는 정신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구약성서의 바벨탑 이야기는 인류의 우상이 잡신이건, 인간이건, 물질이건, 기술이건 학문이건 상관없이-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하려 할 때에 거기에는 일치는없고 좌절과 분열과 혼란이 있을 뿐임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신약성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그대가 맡은것은 잘 간수하시오. 속된 잡담을 피하고 거짓된 지식에서 나오는 반대이론을 물리치시오. 이런 반대이론을 내세우다가 믿음의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더러는 있으니 말입니다』
(디모테오 전서 6장2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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