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족 같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 국민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 열이 식어진 듯하다. 즉 정치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매우 좋은 현상일까?『힘은 정의』라한 명언을 창조한 것도 정치 권력을 한 손에 쥔 독재자의 말이었고『짐은 법이다』고 폭언한 사람도 국가와 왕을 동일시한 위대한 왕이었다.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하고 대의정치의 위력을 과시한 것은 영국 국회였다. 여하간에 정치 없이는 사회가 유지되지 않고 또 공동체의 질서나 그 발전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거기에는 최대의 권력이 부여된다. 부여된 권력은 물리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 권력의 집행은 윤리적 규범에 속해야 한다.『국가를 위해서는 양심도 없다』『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거짓말도 허용된다』는 말은 정치가들에 있어서는 일상용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의 근본 목적을 망각한 말이다.
정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자유와 행복을 성취하기 위한 힘의 대항자요 공동선의 힘에 의한 보호자이다. 국가 자체에나 정치 자체에 최종 목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금의 국회 사정이나 각 사회단체에서나 권력을 위한 정치의 유희는 있어도 진리 앞에 두려움을 아는 진실한 정치는 보기 드물다.
여야의 사투의 국회, 진급을 위한 돈의 정치, 자파를 위한 인벽의 정치, 인권에, 경제에, 교육에 힘으로 각 분야의 질서를 혼란시키는 간섭의 정치 등, 이러한 정치만능의 신도는 자연적으로, 인간의 성실로 창조되어 나가는 역사의 진실한 힘을 마비시키고 하느님의 영원한 인류 역사를 인간적 교만으로 교란시키는 것일 것이다. 문득 샬 뻬기기 생각난다. 그는 반월수첩에서『정치는 신비를 죽인다』하고 정치 과신자에 격분하여 노성을 발하였다. 그는 성실의 신봉자요 선량한 죄인이라 불렸던 시인 애국자요, 과격한 가톨릭 신자였다. 그는 물질문명의 쌍둥이인 정치만능주의에 정신과 영성으로 항거하였던 불행한 시대아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희생자의 피가 필요한 것 같다. 정치에 진실한 영혼을 주고, 국민에게 성실의 풍토를 마련하기 위하여.
현대의 인간성이 가지는 진실한 문제에 도전하고 그 해결을 위한 철학이 정치 과잉 세계에 각성제가 되기를 바르는 마음 그지없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그러나 정치가 인간의 모든 문제를 포용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 인간이 지고 있는 문제는 내면으로나 외면으로나 너무도 깊고 어려움을 지각하는 겸허하고 십자가의 인내를 아는 정치가 요구된다. 정치가 새 인간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인간 비극의 구원이 하느님 안에 있듯이 새 인간의 창조도 종교와 교육의 분야에 속한다. 미래는 하느님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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