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가난한 자들의 것」이란 교황의 성명과 필립핀 교회의 재산 공개 등, 가난에 대한 일련의 론의가 요즘의 교회 주변을 한창 싸 들고 있었다. 이것은 하기야 예수님 당시부터 교회의 가장 중요한 속성의 하나로 가르쳐져 온 것에 틀림없다. 다시 설왕설래하게 된 것은 아마도 물질만능이 온 시야를 휩쓰는 오늘날의 세태 때문이겠다. ▲교회에서 말하는 가난은 외적으로 봐서 우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부하면서도 가난하게 살 줄 아는 사람과 가난하나 아무 푸념없이 그것을 자기 것으로 흔쾌히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의 지혜다. 부하니까 부하게 살고 가난하니까 군소리가 많고…이런 자세들은 이미 의미 쪽에선 제외 당할 터이다. ▲가난은 또 외적인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심령의 가난함이야말로 여타 모든 가난에서 추구해야 할 본질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든 자들이 다 구원되는 것도 아니요, 부자라고 해서 모두가 다 구원되지 않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주시할 일이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볼 때 가난의 추구는 사실상 진정한 부의 추구와 동일한 뜻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마음이 참으로 가난해질 때 구극적인 온갖 부로 풍요한 천국이 도래한다는 얘기니 말이다. ▲사실, 참으로 행복하기 위해서 인간에겐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는 않다. 부자보단 빈자가 월등 많은 실정이긴 하지만 인격 내면의 성숙도에 따라 그것은 지긋지긋한 악이 될 수도 있고, 발전을 위한 자극으로 둔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토키미 교수의 말을 들어 보자.『쿠션이 좋은 의자는 머리를 흐릿하게 하니 아무쪼록 딱딱한 의자에 앉으시오』▲그렇다고 해서 먹지도 입지도 않고 아무 데서나 뒹굴자는 것은 아니다. 게으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지 성인 베네딕또의 예를 곡해하면 곤란하다. 반대로, 높은 담으로 사방팔방을 꽉 막아둔 교회 내의 어떤 풍경 속에 가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입으로는 쇄신이니 대화니 현대에의 적응이니를 역설하면서도 대문을 활짝 여는 데는 인색하니 아직도 한국 교회는 도둑 맞을 물건이 너무 많단 것일까.「오쏘리티」도 중요하지만 참된「오쏘리티」는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방된 통화와 관용이 흐르는 곳에 자연 발생적으로 우러나는 것임을 아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