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시기가」를 판매 금지하라는 글이 주는 놀람 때문에 여정까지 바꾸면서 붓을 든다.『권위상 실로 수술 받다 죽어간 신에 대하여』따위 테마를 신학생들이 다퉜다는 외신처럼 무신론을 들고 나오는 그런 도그마적 문제성을「태시기가」가 제시라도 했단 말인가? 수 세기 전의 얀세니즘 같은 그릇된 사조를 제창한 것도 아닌 이 책을 흥미 본위에서 만족을 안 준다고 판매 금지를 요구하다니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견해 차이 때문일까? 부제품 받기 며칠 전 그가 피정에 임하던 자세를 눈물 없이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매우 경이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더욱이 어린 나이에 그리스도를 쫓아 집과 고향과 부모 형제와 명예를 버리고 신학교로 들어간 그들이 찾아낸 웃음의 서간집이 아닌가.
새장 안의 새가 푸른 창공을 단념하고 그 날개의 속적 비상력을 억제하기 위한 힘을 유머에서 구했다고 해서 어느 누가 저울을 들고 달려들 수 있겠는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미완성 교향악이 주는 의미와 아름다움 같은 향기 때문에 애초에 비매품이던 것이 재판을 내게까지 되었던 게 아닌가. 판매를 금지하라는 글을 쓴 필자에게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토마의 신심을 탓할 수 있습니까.「에반제린」의 끝없는 방황을「엘로이즈」의 슬픈 사연을 들어보셨습니까. 태식이는 우상이 아닙니다. 인간이었기에 우정에 닻을 내리기를 원했고 인간성을 양성화하기 위해 목요일 밤을 지새워야 했습니다.
정동새가 우는 새벽녘의 아픔을 모른다면 진주알의 값어치도 결코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태시기가」는 사실 처음부터 찬ㆍ반 양론이 없었던 바 아니다. 많은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그 책 속에는 체온이 있다. 미리 출판을 염두에 두고 쓰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록 정리는 덜 돼 있다 하더라도 울고 웃는 고뇌하는 인간의 숨기가 전체로 녹아 흐르고 있는 것이다.
판매를 금지하라는 의도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모든 책이 다 좋은 것이다. 다만 내용에 따라서 좋거나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객관적으로 봐서 그 자체가 나쁜 내용이라 할지라도 읽기에 따라서『오! 복된 탓이여!』라는 성 아우구스띠노의 탄복도 나옴직 하다. 즉 그 이면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받아들여지는 것은 받아들이는 주체에 따라 받아들여진다』는 말과 같이, 책이 아닌 책(?)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본지 제729호에서「태시기가」를 그렇게 나무라지는 않으셨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가톨릭시보사의 실수(?)로 과정된 선전을 저지를 광고에 대하여는 나 자신도 불만이 많고, 보기 좋은 강타에 정신을 차려야 되겠지만 과격한 성격을 제어하는 훈련으로라도「태시기가」를 다시 한 번 읽으셨으면 한다.『고기도 씹어야 맛』이듯이 성경도 깊은 현의를 묵상해야 한다. 읽어도 귀와 눈이 어둡다면 백 번 읽고 나면, 과연 그 책이 독자들에게 무엇을 부르짖고 있는가 하는 것과, 신학생과 사제의 참다운 선택의 길과 가치를 알아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출판을 허락하신 어른들의 뜻을 절감하실 줄을 확신하는 바이며 또한 갈피를 못 잡는 연약한 신앙생활에서 참다운 자유로 선택된 견고한 신앙생활로 인도해 줌으로써『이 책 속에서 내 신앙생활의 새로운 지표를 찾으리라』고 단단히 다짐하신 독자의 뜻을 채워 주리라. 그럼으로써만이 고결한 사제생활의 꽃을 못 피우고 가련하게 시들어 버린 故 이태식 부제에게「태시기가」의 판매를 중지하라』는 또 하나의 치명적인 투석의 상처를 키워 갚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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