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일본 치하에서 벗어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25주년이라면 한 세기의 4분의 1이라고 세대로 말하면 한 세대가 흘러가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 나이 30세 미만의 청년들은 왜정시대가 어떠하였다는 것을 들어서 알지는 몰라도 체험에서 오는 뚜렷한 지식은 갖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타민족에게 예속되었다가 해방되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기쁜 것인지도 모를 줄 믿는다.
과거의 이스라엘 민족도 에집트인 밑에서 노예생활을 한 일이 있다. 그때에 모이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게 함으로써 노예에서 그들을 해방시켜 주었고 이 사실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빠스카」축일을 지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노예가 되어 자유를 상실하지 않게끔 했었다.
우리는 25년 전에 왜정에서 해방은 되었지만 아직도 여러 가지 면에 있어 너무나 해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많다. 그 중에도 특히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의 자립은 아직도 요원한 감이 없지 않다. 외래품에 대한 숭배(이스라엘 민족도 이집트의 마늘을 그리워하였지만) 외국 사조의 무비판적 도입, 외국산 유행의 범람 등은 우리 고유문화를 무색하게 할 정도가 아닌가? 우리 민족의 개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대해선 모든 종교가들이 자아 반성을 해야겠지만 특히 가톨릭 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책임을 져야겠다. 우리는 25년 동안 무엇을 했는가? 사실 우리 한국 교회는 너무나도 외국 교회에 매여 있다. 외자 도입을 잘 하는 교구는 잘 되는 교구이고 그렇지 못하면 부동상태이다.
가톨릭에 입교한 한국인은 모두가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뿐이란 말인가?
그리고 우리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우리네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고 로마 교황청이 해결해 주길 바라보고만 있는 것이 우리다. 우리 자신이 사랑과 희생으로 먼저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줄 믿는다. 이러한 노력도 없이 로마만 바라보았댔자 해결이 나타날리 만무한 것이다. 사랑을 최고도로 실천하고 진정으로 자신을 희생할 줄 알 때 비롯 참된 의미의 해방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너무나 많은 것에 노예가 되어 있다. 재물의 노예요, 욕정의 노예요, 감정의 노예다. 한마디로 우리 자신의 노예이다. 이 모든 노예직에서 해방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국세가 커진다 하더라도 참다운 자유를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참된해방을 위해서 가톨릭 교인인 우리에게는 지대한 사명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교생활을 너무나도 등한시 하고 있다. 요즈음 일반 사회인들을 (교수 교사 공무원 경영자 직공 할 것 없이) 보자. 자기 직장을 고수하기 위해 얼마나 계속 연구하며 세미나 심포지움연구회 연수회에 참석하는가 반면 가톨릭 교인들은 종교생활이 저절로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지 책도 읽지 않고 교회 간행물과 멀리하여 회합이나 연구회에 참석하지도 않는다, 종교생활이 사회생활보다 덜 성실할 때 종교인이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특기해야 할 것은 사회인은 성공하기 위해서 경영학을 연구하며 특권의식을 버리고 친절과 봉사를 실천하는데 종교인들은 아직도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불친절하며 파벌을 불식하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아마도『천국의 자녀들이 세속의 자녀들보다 덜 슬기롭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증하고자 하는 것일까?
8월 15일 또 성모승천축일이다. 우리는 성모님께서 우리나라를 구해 주셨다고 생각하고 믿는다. 성모님이 구해 주셨지만 우리 자신이 우리를 얼마든지 다시 노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어느 정도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거 역사를 주시해 보면 과도기의 해결은 여성들의 활동에 많이 달려 있다. 따라서 그들이 가진 책임은 중하다고 생각한다. 문란한 사회를 정화하기 위해서 여성들은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그들의 각성과 그들의 교육적이고 계몽적인 활동은 미래의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광복절과 성모승천을 같은 날에 맞이하게 되는 것도 하느님의 안배일 줄 믿으며 광복절 25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국가의 진실된 자주 독립과 우리 교회의 자립을 깊이 염원하는 바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