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선발대회가 있을 때마다 풀리지 않는 의심이 생긴다. 무엇 때문에 미인의 순위에「진ㆍ선ㆍ미」의 칭호를 붙일까 하는 점이다. 언제나 미인 소개시에는 신장ㆍ체중ㆍ바스트ㆍ웨스트ㆍ히프가 얼마라고 적혀 있다. 몸매의 균형에「미」의 기준을 두고 있음이 분명한데 그렇다면「진ㆍ선ㆍ미」를 왜 따온 것일까? 첫째로 뽑힌 이가「진」이라면 다른 이보다 지능지수가 높고 많이 알며 진리의 탐구욕이 뛰어나다는 뜻에서일까? 학술대회라면 몰라도 미인 선발에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정히 인간의 가치를 따지자면「선」이 첫 자리에 놓여야 하겠는데 무엇 때문에 둘째 순위에 두었을까? 더구나 미인대회이니 뭐니뭐니 해도「미」가 첫 자리에 있어야 합당하겠는데 억울하게 셋째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진ㆍ선ㆍ미」의 지나친 남용으로 보아두자.
미인의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더 해보겠다. 몸의 균형에 아름다움이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인간의 참된 아름다움이 감각적인 육체의 조화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태초에 하느님이「아담과 에와」를 만드시고 만족하셨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몸매의 아름다움만을 보고 하시는 것이 아니고 당신의 모습이 담겨진 것을 두고 하시는 말이다.
즉 진리를 탐구하고 선행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하느님과 하나가 되려는 그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몸매의 균형이나 얼굴의 예쁨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그 위에 정신적이며, 열성의 미가 따라야 한다.
나는 사제로서 성체를 영하여 줄 때마다 남이 못보는 인간의 참된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한다. 용모의 조화에서가 아니고 그리스도를 모시려는 단순하고도 간절한 표정과 이에서 반영되는 인간 영혼의 깨끗하고도 거룩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는 평화로운 인상이거나 심각한 표정들이다.
미인으로 뽑히는 저들이 명실상부의「진ㆍ선ㆍ미」를 지닐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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