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숙녀인 체하는 여자들 간에 유행되는「거짓 순결」이란 것이 있다. 그들은 섹스와 관련된 죄를 남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 때를 제외하곤 도통 섹스와는 아무런 접촉도 안 하는 척한다. 한 번은 어떤 여자가 사무엘 존슨 박사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박사님의 사전에는 부정한 단어가 없어서 기뻤습니다』그러자 박사는 매섭게 쏘아붙였다.『어떻게 아시죠? 댁에서는 부정한 단어를 일부러 찾으셨군요?』 ▲이것은 풀론 쉰 주교의 어느 책 속에서 만났던 이야기다. 참된 정덕의 절정이신 성모의 승천축일을 보내면서, 한 번쯤「거짓 순결」쪽에 눈을 줘 보는 것도 괜찮으리라. 감각적인 것이라면 무조건 죄악시하지 않곤 못 견디는 괴이한 버릇의 신자들이 있어 사실 천주교의 인상은 부지중에 꽤나 완고해져 온 것이다. 그것이 접근 불능의 삼엄한 아성감을 야기하는 원인의 일단이 되기도 한다.
손이 조금만 닿아도 위로 껑충되어 오른다든가, 화려한 색깔의 옷은 도저히 못 입는다는 따위 과도한「순결벽」속에서 다만 민망하도록 호들갑스런 불순을 느낄 때가 많다.
▲특히, 일부 동정녀 혹은 수녀 지망생들이 만들어내는 야릇한 분위기를 보자. 어딘가가 촌스럽고 폐쇄적이라는 것까진 그래도 좋다. 그 딱딱하고 냉랭한 표정 속엔 온통의 통각을 박제 당한 듯한 비존재 비인간적인 살벌함이 있다. 온유함이나 덕이나 평화의 향훈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이쯤 되고 보면 진정코 뭔가가 보통으로 잘못 된 게 아니다. ▲그런 중환은 정신적인 것만을 정결하게 보는, 좀은 치졸한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정신이든 육체든 창조된 만유가 다 선일진대 있는 것 자체를 죄악시한다는 건 아무래도 하느님 사상을 너무 모르는 탓으로 보여진다. 진정한 수도자는 우주와 거기에 녹아 흐르는 신의 숨기를 오히려 온 오관으로 향유하는 법이다. 사실, 인간이 인간이 한 오관을 통하지 않고 얻을수 있는 인식은 얼마나 될까. ▲육체의 긍정이 비록 오음성고(안목의 정욕이 불같이 일어나는 고통)의 원인이 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오직 멸시로써 봉하는 한, 생활의 전폭적 순결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량자 택일이 문제가 아니라 긍정의 전착하에서 정신과 육체의 가치 서렬을 능숙히 정돈할 줄 아는 예지가 숙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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