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피타고라스는 모든 사물의 근본 원리를 수적 비례로 이해하려 했다.『만물은 數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만 봐도 그렇다. 그를 연원으로 하여「數」라는 관념이 비로소 인간 의식 속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다른 무엇이 어떤 식으로 변하건 數 내지 수학적 공리만은 불변하는 것으로 익혀 오게 된 것이다. 그것은 증명이 필요없는 자명의 眞으로서 여타 명제의 전제가 되는 근본 명제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는 숫자라 해서 그 발전 추세를 외면할 수만은 없도록 한다. 공리가 변한다는 것이 아니라-공리는 언제고 공리다-공리 내용에 새로운 요소가 참가됨으로써 그만큼 공리의 폭이 넓혀진단 얘기다. ▲예컨대, 유크리드 수학에선 점과 점사이의 유한한 범위를 거리라 한다. 그리고 점이라 할 때의 그 성격은「고정」이다. 한데, 우주 여행이 현실화되면서는 순간순간 움직이는 양점을 생각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즉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려면 양쪽 모두 쉬지 않고 타원형 궤도를 그리는 공간으로서의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하나의 공리가 그 자체의 원칙을 거역하지 않으면서, 현실의 필요에 의해 발견된 또 하나의 요소를 자신 안에 수용함을 뜻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8ㆍ15 통一 구상은 바로 그런 관점으로 받아들일 게 아닐까.「유엔 감시하의 토착인구 비례에 의한 남북한 자유 총선거」란 원칙은 추호의 변함도 없는 것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다만 전후의 세계가 분열되었으니 우리가 분열되었다는 서독 前대통령의 얘기가 시사하듯, 협상 무드가 만연돼 가고 있는 국제적 추세와 복잡한 국내적 여건으로 자각된 한계의식이 어느 때보다 시원하게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보다 정면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긍정할 수 있을 만큼은 유아를 탈피했다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섣불은 낙관보단 북괴의 실정은 이전과 촌분의 차이도 없다는 사실의 냉철한 감안이 중요할 것 같다. 무엇보다『조건의 성숙이 앞서야』할 성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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