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가톨릭서울」이란 화보를 보고 한 사람의 가톨릭 신자로서 치욕 비슷한 것을 느낀 소감을 말하는 김에 평소에 느꼈던 소견을 말해 보겠다. 그 화보 첫 면에는 김수환 추기경이 마치 춤추는 자세로 두둥실 떠 있는 사진이 매우 유치하게 찍혀져 있었는데 그것을 내 옆에 미신자 친구는『마치 모던 발레를 하는 것 같군』하고 필자에게 실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어디서 나왔나 하고 힐끗 밑을 내려다 보니「모후꾸…」뭐라고 쓰여 있다. 한 장을 넘기니 서울의 본당 신부님들의 얼굴이 주루룩 나오는 사진첩이었다.「모후꾸」는 무슨 단체인 모양인데 그 이름부터가 생경하다. 용어 얘기가 났으니 말이지 가톨릭시보의「토착화」난에서는 왠지 지엽말단의 용어만 물고 늘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여간 가톨릭에는 여러 가지 단체가 많이 있다. 그러나 대개 윗층에서만 빙빙 돌고 신자들 중심의 창조적 자발적 움직임 외에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 정평으로 돼 있다.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할 순 없지만 신자들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이 생각된다.
오늘날 가톨릭 신자나 성직자는 자기 만족의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나 하고 자문자답해 본다.
혹시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인 활동이 지배하고 있지는 않는가? 혹시 가톨릭이 너무 부르주아적인 근성에 사로잡혀 있지나 않은가(따지고 보면 한국 부르조아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째서 가톨릭 신자들은 미사시간에 급히 와서는 한 시간 동안 중얼중얼 경문을 외고는 집에 돌아가기에 바쁜가? 가톨릭 신자들은 모두 신앙이 부족해서인가. 가톨릭은 어째서 나의 교회, 내가 일함으로써 움직여지는 교회의 실감이 안 생기는가. 한국에서는 생긴 지 불과 20년도 안 되는 어떤 교파는 약 40만의 신자를 포용하기에 이르는데 가톨릭은 그만 못한 교리를 가졌기때문인가? 어째서 이 매스콤시대에「가톨릭Y」지나「KH지」같이 지적 정서적 분위기에도 미달 혹은 맞지도 않는 책을 돈을 들여 꼬박꼬박 박아내는가? 가톨릭 서점에 가 보면 신심에 관한 책은 많이 번역도 되어 있으나 그리스도교의 문전에서 서성되는 사람에게는 읽을 만한 책이 없고 그것도 교회 깊숙히 수장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대학에서 종교에 관한 레포트를 쓸려면 일반 서점에서 유명한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철학자의 책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톨릭에서 나온 책은 도무지 구할 방도가 없으니 어인 일인가.
혹시 이 모든 것을 한 기관에서 끼고 있어 제도적 악폐가 잘 드러난 것이 아닌가. 혹은 제도적 중압에 눌려 비생산적 비능률적 일들을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교회는 성직자만의 교회가 아닌 것처럼 신자들만의 교회가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교회를 위하는 일이라면 그 어떠한 것도 비평을 초월한 성역에 있어선 안 되며 아픈 곳을 사정없이 때리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하고 교회는 그러한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보아서도 안 된다. 누구도 신심이니 순명이니 하는 낡아빠진 말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려해서는 안 된다. 나그네 된 교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누구도 신앙을 독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크게 변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투고 환영합니다. 교회 내의 어떤 문제라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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