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기자들이 동구(東歐)의 관문(關門)인 동 「베르린」을 산책하고 소련의 고도(古都) 「레닌그라드」를 소요하고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를 관광했다고 해서-작금의 국제정세로서는- 별 대단한 뉴스로 받아들여질것 까지는 없을지 모르나 한편 납량 기사감으로서의 값은 무시될수 없을것 같다.
납량기사로만 받아들인다면 시사에 둔감하다는 핀잔이 뒤따르기 마련이기는 하겠지만 이번의 걸음은 「첫거름」이었다는데 뉴스의 감도(感度)가 있을뿐 그 다음의 취재활동에는 별로 기대를 걸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기자에게 그 직분인 취재 목적을 배제시킨 단순한 「관광여행」의 입국 허가였으니까 신분은 기자이지만 뉴스원(源)에는 접근할수 없는 그저 일반 관광객일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관광입국 비자가 취재입국비자로 바꿔질 것이며 그 「언젠가」가 이번 기회를 기점으로 해서 그 시한의 단축을 빨리해가리라는 예상을 갖게했다는 견지에서 우리의 관심은 한결 깊어졌다 할것이다.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이 소련을 위시해서 동구사회(東歐社會) 주의(主義)권 내에서 수시로 취재할수 있는 세월을 맞이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때는 이미 동구(東歐)의 서구화색조가 상당히 선명해진 무렵이 될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과 「모스코바」의 거리는 제법 가까와지게 될 것이고 따라서 동북아의 안보도 새로운 차원의 질서를 다듬는 단계로 옮겨지게 될지 모른다. 중ㆍ소련쟁(爭)은 그냥 지속상태에 있겠지만 「워싱턴」 「동경」 「북경」의 접근이 이 새로운 질서에 대한 중공의 도전을 어느정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 도움은 또 평양의 반발을 간접적으로 유화시키는 역할로 가산(加算)되기도 할것이다.
말인즉 그러하지만 그러나 전망이 아직은 그렇게 투명한 것은 아니다. 요는 한국의 신문기자들이 동구(東歐)지역을 자유스럽게 취재할수 있게 된다면 불쇄비끼 노선의 사회주의와 그곳 시민들과의 정치적 사회적 조화가 어떤 상태로 이뤄져 있는가를 우리의 관찰방식으로 파악할수 있는 기회가 빨리 조성되었으면 하는데 있다.
소련이 국제 공산주의 종주국의 입장을 견지해 갈 수 없게 된 때(코민포룸 해체)를 계기로해서 마ㆍ레주의의 혁명 교정은 여러갈래로 분류되었고 그 대표적인 것이 소련 유고 중공형(中共型)으로 대분(大分)되어 각각 제 나름의 이데올로기 본산(本山)을 자부해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조류를 소문으로만 듣고 상식에서는 분류해보는데 그쳤을뿐 세계를 달리한 그들 국가와 사회생태를 생활감정을 통해서 파악할 기회는 가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산주의 국가들에 대한 터부 의식에만 젖어있었다고 해서 과언은 아니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서는 폐쇄된 공산주의 사회로부터 역봉쇄당한 것과 같은 상황이기도 했다.
손자병법이 아니더라도 지피지기는 20세기 후반기에 사는 생존권보호의 제1조건- 그러면서도 우리는 적정을 도외시하다시피 해왔다.
1966년 4월에 정부는 비로소 공산권에서 열리는 비정치적 국제회의에 정부나 민간의 대표를 파견할수 있도록 국무회의의 의결을 보게했고 이어서 비적성 국가들과의 광범한 교류에까지 대외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이 도약의 단계에 있어서는 신문기자들이 그 선발대의 역할을 맡는것이 상도이다. 한국 신문기자들이 동구사회를 취재하게 되면 북한에서도 서울을 향해 들창을 열어보이지 않을수 없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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