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ㆍ퐁뗀느의 유명한 우화 중에「늑대와 새끼양」이란 것이 있다. 새끼양이 하루는 어떤 골짜기 아래서 개울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어디서 불쑥 늑대란 놈이 나타난다. 맛있는 살 냄새도 솔솔 나겠다, 한 입에 몽창 씹어 먹고 싶은 욕망이 꿀떡 같아진 늑대는 이말 저말로 교묘한 술법을 써 가며 잡아 먹을 구실을 찾는다. 그러나 힘은 비록 없지만 새끼양의 답변엔 조리가 있다. 차근차근 얘길 하니 말로선 도저히 당할 수 없다. 마침내 말문이 막혀 버린다. 그러자 늑대는 불문곡직, 와락 덤벼들어 한숨에 새끼양을 먹어 버린다. ▲강자가 억지를 쓸 때는 약자는 별 수 없이 먹히고 만다는 얘기로서 이것은 라ㆍ퐁뗀느 당시의 봉건시대에 속출하던 독재자의 강포한 억지 내지 압정을 통렬히 비난한「새 타이어」다. 한데 이런 예는 다만 전진대 속에서만 발견되는 것일까? 그렇게 단언할 수만은 없다는 데에 일말의 씁쓸함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개화했다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그 늑대와 새끼양의 운명은 엄연히 공존하고 있지나 않는지. 강자나 약자라는 말을 다수와 소수라는 좀은 부드러운 어휘로 이름만을 슬쩍 바꾸었다는 것이나 아닐까. 대개의 국회가 그렇고, 국제 정세 및 그 힘의 역학관계도 따져보면 결코 예외가 아닌 것 같으니 말이다. ▲꽤 오랫동안 설득작전을 펴온 미군 감축문제를 주시해 보는 동안 그 하나의 우화가 자꾸만 뇌 속을 어지럽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늑대로 미리 규정을 해버린 후 억울함과 체념에 주저앉아 버린다는 건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지만 늑대 비슷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으니 말이다. 이말 저말 아무리 이치에 맞건 결과적으론 늑대의 불문곡직을 당해낼 수 없었던 새끼양의 비애, 지나친 기우일까. ▲미 육군 참모총장이 또 내한했다 한다. 지난 번 부통령의 공수래 전철을 다시 밟지 않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어떤 노력을 지불하더라도 우리로선 새끼양의 팔자만은 이젠 제발 벗어 던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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