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중심가를 지나려면 뻔질나게「스톱」신호에 걸리게 된다. 시간이 조급할 때일수록 짜증도 따른다. 아무리 바쁘다 해도「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 갈 수는 없는 것이니 측면에서 마음 놓고 달려오는 차에 칠 염려가 많아서이다. 이 때문에 미련한 이가 아니면「고」의 신호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교통신호는 보행의 자유를 속박하는 방해물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행인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고맙고 필요한 것이라 하겠다. 횡단도로의 표지도 마찬가지다. 표지 없는 차도를 건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한 일인지 이 때문에 일부러 먼 횡단도로나 귀찮은 지하도나 육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쯤은 도시인의 상식이지만 다른 면에서 같은 원리가 아니 통할 때가 있다. 즉『법이 자유를 침해한다』고 여겨질 때이다.
실정법(實定法)은 우리의 외적 행위를 구속하고 양심법은 우리의 내적 생각까지도 구속한다. 때로는 정당한 법 혹은 규칙이 인간 자유를 구속하는 것 같아서 성가시고 방해가 되어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일에 어긴다면 사회 질서에는 혼란이 오고 양심에는 가책이 따를 것이니 법과 규칙이 우리의 자유 방종한 행위를 제지하는 것은 남에게 끼칠 부당한 침해를 미리 막고 자신에게는 안정된 사회생활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이다. 특히 양심의 법이 악으로 마구 달리려는 우리에게「스톱」의 신호를 수시로 보내 옴은 혹시나 악으로 해서 영혼이 다칠까 염려해서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달릴 때 그 영혼이 얼마나 무서운 상처를 입게 될지, 그러고 보면 정당한 법이나 규칙은 인간의 자유를 억울하게 침해하는 방해물이 아니고 오히려 참된 자유를 위한 고마운 보호자라 할 것이다. 이제『진리는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의 말씀을 알아들음직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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